한국예탁결제원의 비싼 해외 주식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시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탁결제원이 해외 투자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고 하지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수수료는 매년 올라간다고 불만이다. 급기야 금융위원회는 집중예탁 의무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올해 안에 관련 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금융위의 요청으로 국내 증권사 실무진과 예탁결제원의 해외 주식 수수료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했다. 집중예탁 의무, 비싼 수수료율, 낮은 서비스 등에 대한 의견들을 수렴해 개선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집중예탁 의무에 따라 반드시 예탁결제원을 통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위탁받은 해외 주식을 씨티은행·HSBC 등 외국 보관기관에 외화계좌를 개설해 보관하고 있다. 해외 주식 업무가 늘어나며 예탁결제원은 지난 2014년부터 외화증권 예탁결제 비용을 부과했다. 예탁결제원은 외국 보관기관이나 증권사가 파산했을 때 투자자를 보호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처럼 예탁기관을 통해 외국 보관기관을 연계하는 경우는 일본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증권사들이 자유롭게 해외 예탁기관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독점 체제인 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예탁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매번 결제에 최저 2달러에서 최고 50달러까지 수수료를 낸다. 예탁결제원이 해외 주식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입만 한 해 약 100억원에 달한다. 비싼 수수료로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가 온라인화됐음에도 고객 수수료율을 낮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 몫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거래할 때마다 42달러를 내야 해 일부 고객은 잦은 매매로 원금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낸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서비스 품질도 문제다. 외국 보관기관들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 보관기관의 실수로 주식을 결제할 때 하루 이상 결제가 지연되는 종목들이 매일 한 종목 이상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주식 매도 타이밍에서의 이런 실수는 손실을 커지게 한다”며 “예탁결제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외국 보관기관에 직접 연락도 못하게 하니 난감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