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인터뷰②] 권상우, 배우 그래프 중간 점검 "치열하고 절박해"

난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

“40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롱런하는 배우 되고파”

“2003년 ‘천국의 계단’ 때 엄청났죠. 진짜 엄청 났어요. 한류 붐이 막 불 때였는데 그 인기를 일본 갔을 때 제대로 느꼈어요. 다른 배우들을 봤을 때 부러운 게 없었을 정도니까요.”

권상우는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이후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을 통해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며 외치며 수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고,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2005년 ‘슬픈 연가’, 2013년 ‘야왕’ 역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


데뷔 17년차 배우인 권상우는 최근 KBS 2TV ‘추리의 여왕’ (극본 이성민, 연출 김진우, 유영은, 제작 에이스토리)종영 인터뷰 현장에서, “이젠 절박하다”는 말을 털어놨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나이 40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할 게 많고 못 다 이룬 게 많아서 되는데 까진 치열하게 해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굴곡진 배우 그래프 인생을 체감해서일까. 그는 확실히 이전보다 더 감사할 줄 알았고, 팬 그리고 시청자들이 보이는 배우와 작품에 대한 사랑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저를 보고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글을 읽고 큰 힘이 됐어요. ‘추리의 여왕’이 대박 난 작품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권상우란 배우가 있다는 느낌을 준 것 같아 힘이 나고 감사해요. ”

권상우는 KBS 2TV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지만 과거 첫사랑이 살해된 피해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형사 하완승으로 열연했다. 프로 의식 가득한 형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보는 이들을 폭소케 하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유발했다.

권상우는 “어딘가 결핍되어 있고 부족한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고 한다. 그의 애정이 투영된 하완승에선 권상우의 숨결이 살아있었다. “심각하거나 폼 잡고 멋있게 보여야 하는 인물보다는 뭔가 부족한 인물은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찰 형사가 동네 아줌마에 의지해 수사하고 못난 짓 아닌가? 그래서 더 재미있더라.”

4월 5일 방영을 시작한 ‘추리의 여왕’은 지난 달 25일 최종회 시청률 8.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제왕이란 찬사는 얻지 못했지만 종영 직후 시즌2 제작에 대한 요청이 많은 행운의 드라마로 남았다.

/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


/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사진=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


권상우는 시즌2 가능성에 대해 “농담 삼아 김진우 감독님께 시즌2 만들자고, 최강희씨 하면 나도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는 바람을 들려줬다. 권상우는 ‘추리의 여왕’ 쫑파티 후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동료 배우과 스태프들과 끈끈한 우애를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시즌 2’의 가능성이 더욱 밝아보이는 증거였다.

한류 배우도 나이를 먹어가는 걸 실감하는걸까. 권상우는 ‘외톨이’, ‘콤플렉스’, ‘후배들에게 치인다’, ‘배우의 흥망성쇠’ 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배우로서의 고민이 부쩍 많아진 듯 했다.


“제 생각에 전 외톨이 배우 같은 느낌이에요. 전 연극영화과를 나온 배우도 아닌데 운이 좋아서 데뷔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죠.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 때문에 시기, 질투, 배제 아닌 배제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제가 영화, 드라마, 해외 활동 세 개를 병행하다보니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그 느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 콤플렉스를 갖고 일하기 때문에 다른 걸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죠. 제가 부족하니까. 잘 할 수 있는 것 찾아서 해야죠. 그래서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하는 것 같아요.”

관련기사



결혼 9년 차, 두 아이의 아버지로 돌아온 권상우는 누군가의 첫사랑 이미지 보다는 편안하고 다가가기 쉬운 청년으로 돌아왔다. 유부남 배우라는 타이틀 외에도 나이 40을 넘어 50세 배우 인생을 생각하고 있는 권상우의 머릿속은 좀 더 복잡했다.

“제가 결혼하면서 누군가의 현실적인 이상형은 안 될 거로 생각했다. 총각 배우보다 딴 걸로 개발해야 하고 ‘난 유부남이니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렇기에 저도 다른 것으로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내가 몇 년간 드라마 주인공 할 수 있을까? 많이 한다고 해도 50세까지 밖에 못하지 않나. 그 뒤에 나의 행동은 어떻게 될까? 등등 여러 생각을 해요. 중요한 건 즐겁게 작품을 할 수 있었음 해요.”

/사진=수컴퍼니/사진=수컴퍼니


/사진=수컴퍼니/사진=수컴퍼니


그는 과거보다 앞을 보는 배우다. 멋지고 연기 잘하는 후배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지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선배 권상우는 더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한단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인공 역할이 점점 멀어진다는 걸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안달하기 보다는 현명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주연이냐 조연이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만나면 즐겁게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인기 등락폭이 큰 배우보다는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몸매관리요? 작품을 위해 특별하게 몸을 만들진 않아요. 배우로서 몸을 위해 20년간 꾸준히 일주일에 5일씩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어요. 흥망성쇠가 극명한 배우보다는 그래프가 완만하더라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 앞으로의 행보는 더더욱 치열하고 절박합니다.”

권상우는 ’추리의 여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 곧 영화 ’탐정2‘ 촬영에 돌입한다. 그의 영화 대표작은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이다. 매번 그 이상의 대표작이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에 그는 위트 있게 받아쳤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뛰어넘고 싶은데 뛰어넘기가 쉽지 않더라. (웃음) 배우라면 유명한 작품, 천만이 넘는 영화도 하고 싶기도 하지만, 2만 3만이 들어도 배우가 보이는 작품, 캐릭터가 보이는 작품 역시 하고 싶어요. 과거보다 앞을 보면서 좋은 작품을 하나 하나 해가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배우 권상우는 취재진들과 인터뷰도 솔직한 화법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포장된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 그의 거침없는 멘트는 간혹 오해의 소지를 살 수도 있다.

17년 가까이 인터뷰를 해오고 있는 연예인이라면,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그리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적당히 정해진 선에서 말하는 인터뷰는 의미 없지 않나. 그럴거면 서면으로 진행하지?”고 반문했다.

“1년에 한 번씩 작품 할 때나 기자 분들을 만나는데, 전 이 현장이 즐거워요. 서로 얼굴 마주보고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물론 제가 말한 것과 어긋나서 기사가 나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미 나간 기사인 걸. (그런 사태를 대비해서)인터뷰 자리에서 선을 긋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아요. 하하”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