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는 너무 대기업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결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저조하게 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모니카 멩기니(사진) 다쏘시스템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사회와 경제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스타트업·벤처 등 중소업체들을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쏘시스템은 3D 디자인 소프트웨어(SW) 및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솔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140개국 19만여 고객사에 솔루션을 공급하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두산인프라코어·포스코 등이 주요 고객사다.
그는 “다쏘시스템의 수익 중 50%는 대기업을 통해, 나머지 50%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에서 창출된다”면서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대기업에서만 나오는 절대적인 ‘언밸런스(Unbalanced)’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자사의 역량을 투입,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다쏘시스템의 성장도 함께 이끌어낸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멩기니 CSO는 상하이·홍콩 등 아시아 순방 중 한국에 입국해 지난달 31일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3D 익스피리언스(Experience) 랩(이하 랩)’ 오픈 행사에 참석했다.
이곳은 서울시와 다쏘시스템, 이노디자인이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세 번째로 서울 강남구 이노디자인 빌딩에 마련한 공간이다. 연간 10여개 스타트업에 3D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SW를 활용한 제품 설계 및 제조를 지원한다.
멩기니 CSO는 “우리는 스타트업과 벤처를 지원하는 데 특히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과 함께 혁신을 추구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뜻을 가진 만큼 정부 정책과 맞물려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자신감은 자사 제품에 대한 확신에서부터 나왔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닌 일반 창업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 7년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구성됐던 3D 설계 방식을 아이들까지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바꿨다”며 “비전문가도 이틀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다소 복잡한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게끔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멩기니 CSO는 “‘디지털 시대’라는 말도 이미 끝났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SW에 대한 교육이 엔지니어들뿐 아니라 영업·마케팅·재무·경제·경영 등 모든 분야의 구성원들에게도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모든 조직이 하나로 연결될 때 진정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