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 자율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5일 김 후보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청문회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김 후보자는 소득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대부분 뜻을 같이 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로 성장·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말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소득 주도 성장 철학을 담은 장기 국가발전계획 ‘비전2030’을 수립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만 각론에 있어서는 정부 핵심 인사들의 입장이나 정부의 방법론과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종교인 과세 문제다. 그간 세금 부담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종교인은 2015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6~38%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이 최근 종교인 과세를 2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이라며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는 이미 국민적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한 사안이므로 늦출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부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령 출산·육아 등 휴직 근로자 대체, 전문직 프리랜서 등은 유연한 근로 형태가 필요하고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는 등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각 기관이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자율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정규직 고용을 법으로 못 박자는 현 정부의 방법론과 다소 온도 차이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노사 합의로 자율적으로 보수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동 시장 유연화도 일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글로벌 경쟁 심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진전될 근로 형태의 다양화를 감안할 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여부는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LTV, DTI 규제 완화 외에도 저금리 기조, 주택 시장 호조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며 “LTV와 DTI를 예전 수준으로 강화할지는 경제적 파급 영향, 가계 부채 증가 추이 등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해서 김 후보자는 “잠재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생산·분배·지출 측면에서 종합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경쟁 제한적 제도 혁신, 기업지배구조 개선,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기초 고용질서 확립 등으로 일자리 개선을 개선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취약계층 소득 지원에도 힘을 실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세입 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고소득자·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정비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서도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세율 인상은 종합적인 검토 이후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