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부끄럽다"…주중 美대사대리 사임

파리협정 탈퇴 반대 움직임 확산

외교관들 '본격 정책 반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리기후협정 탈퇴를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맞서는 움직임이 미국 내 각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데이비드 랭크 주중 미대사대리는 협정 탈퇴에 항의해 전격 사임했으며 정부의 결정과 상관없이 파리협정 유지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는 움직임이 정계·학계·산업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랭크 주중 미대사대리의 사임 결정을 수리했다고 보도했다. 랭크 대사대리는 주중 미대사관 직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에 부응해 일하는 것은 아버지, 애국자, 기독교 신자로서 양심상 용납할 수 없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개인적 결정”이라며 그의 사임 의미를 축소 해석했지만 WP는 정권교체에도 쉽게 사임하지 않는 외교관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랭크 대사대리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해 미 외교관들이 느끼는 당혹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랭크 대사대리의 사임을 시작으로 미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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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탈퇴 반대 기류는 미국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주지사 9명, 시장 125명, 대학 총장 183명, 기업 대표 902명은 이날 유엔에 파리협정 준수를 약속하는 공개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이 실효성을 갖지 못하도록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 내 기후변화 대응 결정은 대부분 지방정부와 기업·시민사회가 만드는 것”이라며 “연방정부의 역할은 이들을 조율하고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와 ABC방송이 지난 2~4일 미국인 5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하는 응답은 59%로 찬성 28%를 크게 웃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2%는 부정적 영향을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반발에도 다자주의 외교체제에서 벗어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대사는 제35차 유엔인권이사회 정기총회 참석에 앞서 폭스뉴스에 이사회가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며 “정말로 인권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 미국의 이사회 회원 지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가 6일 총회 연설에서 예상을 깨고 이사회 탈퇴라는 ‘폭탄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사회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미국이 수 십년간 이어온 다자외교의 틀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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