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진보하는 딥러닝…시대를 앞지르다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진화된 학습 알고리즘 갖춘 AI

영상인식·TPU 기술과 시너지

한국도 '속도의 경쟁' 합류해야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인공지능(AI)의 역사는 매우 길지만 딥러닝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딥러닝 연구의 돌파구는 지난 2006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2012년에는 세계의 유명한 학회 및 콘테스트에서 기존의 방법론들과 차별화되는 높은 성능을 보여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학회에서는 2013년에 이르러서야 딥러닝이 소개됐다. 당시만 해도 세계적인 딥러닝 열풍에 회의를 갖는 사람이 많았다. 과거 많은 기술 트렌드가 주목받았지만 실제로는 기대만큼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4년이 지난 지금 딥러닝의 발전 속도는 조금도 둔화되지 않고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머신러닝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은 최근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아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들은 알파고 2.0, 구글 렌즈, 그리고 ‘TPU’이다. 이들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동시에 각 분야에서 구글이 이뤄낸 기술의 진보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1년 동안 발전한 알파고가 커제를 압도한 모습은 지난해 이세돌이 거둔 1승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학문적으로 알파고 2.0이 보여준 가장 큰 진보는 학습 알고리즘에 있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던 학습 방법은 지도학습인데 바둑에서는 인간 고수들의 기보를 보고 배우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세돌과의 대국 당시 알파고는 지도학습에 따라 바둑의 기초를 배운 후 자가 플레이를 통한 강화학습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알파고 2.0은 지도학습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의 강화학습만으로 더욱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지도학습이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며 배우는 학습 방법인 반면 강화학습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학습방법이다. 순수한 강화학습만으로 이토록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것은 AI가 정답을 주지 않아도 시행착오를 통해 매우 높은 수준의 지능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글 렌즈는 ‘구글 IO 2017’에서 발표된 기술로 카메라로 보는 것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이와 유사한 영상인식 기술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구글 렌즈가 주목받는 것은 더욱 다양한 기능과 강력해진 성능 때문이다. 구글 렌즈는 꽃을 찍으면 꽃의 품종까지 알려주는 등 과거의 영상인식보다 더욱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또 인식 결과를 그에 적절한 동작으로 연결한다. 외국어 표지판을 촬영하면 인식 결과를 번역해 보여주고 식당을 촬영할 때 식당의 메뉴나 물체를 촬영하면 그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심지어 라우터의 바코드를 촬영하면 그 라우터에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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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글 렌즈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보다 더욱 발전한 영상인식 기술의 수준이다.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영상인식 기술이 불과 수년 사이에 이같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능을 보여줄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구글은 구글 렌즈를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스나 사진 공유 서비스인 구글 포토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므로 기존의 AI 서비스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점은 AI의 시각 기능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상당한 정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TPU는 AI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계산 성능에 대한 구글의 해법이다. 2011~2012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딥러닝에 최초로 사용된 후 GPU는 지금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계산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다. 그러나 GPU는 전력 소모 및 발열이 크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TPU는 GPU와 유사하게 병렬처리로 계산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전력량 대비 성능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최근 구글의 성과는 학습 알고리즘, 영상인식 및 계산 능력에서 한 발 더 진보했음을 보여준다.

AI 기술이 이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지금 사람들의 상상보다 더욱 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빨리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같은 기술적 깊이를 갖추고 AI의 가능성을 활용해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기술 발전이 가져올 급변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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