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스타강사'로 세상에 진 빚, '2만원 강의'로 갚고 싶었죠"

메가스터디 창업자 손주은 회장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서

창업 성공 조건으로 '선의' 꼽아

'어떻게 살 것인가' 반성·고민 거쳐

교육 불평등 해소용 온라인 강의 내놔

윤민창의투자재단에 300억 출연

청년 창업 꿈 키우는 데도 한 몫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월 수억 원을 벌던 스타 강사는 사교육으로 큰 부를 쌓았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자책에 빠졌다. 사회에 진 빚을 갚는 방법을 거듭 고민해 얻은 결론은 1990년대 당시 월 2만~3만원에 들을 수 있는 대중 강의와 온라인 동영상 강의로 부잣집 자녀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사교육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인터넷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창업자인 손주은(56·사진) 회장은 스타 강사 시절 자신은 사회·윤리적으로 ‘악(惡)’이었다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손 회장은 벤처스퀘어·한국무역협회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2017’ 강연에서 “청년기의 작고 미약한 도전이 훗날 인생을 바꿀 상상하지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선의를 갖고 창업에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창업으로 꼽은 것은 커피 장사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생으로 덥석 결혼부터 한 그는 지난 1987년 궁핍을 해결할 요량으로 학교 졸업식 날 하루 커피를 팔았다. 당시 궁색한 모습에 하숙집 아주머니가 제안한 것이 대입 수험생 과외였다. 이후 서울 잠원동 일대에서 스타 과외 선생으로 얻은 명성이 먼 훗날 메가스터디 창업의 뿌리가 됐다는 것. 그는 “단 하루의 커피 장사였지만 그것은 작고 위대한 출발이었던 셈”이라며 “청년들의 도전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단지 부유한 학원 강사로 이어졌을 법한 손 회장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은 갑작스러운 참척(慘慽)의 고통이었다. 1990년대 초 그는 아내와 아들딸이 탄 택시 교통사고로 9개월 사이 두 자녀를 차례로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는 “당시 고통을 잊기 위해 주 60시간의 살인적 강의 일정을 소화했다”며 “이후 새로 태어난 두 자녀를 바라보며 삼십 대 중반에서야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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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


강남 사교육 폐해와 소득·지역 간 불평등 구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될 무렵인 2000년 그는 메가스터디를 설립했다. 부유층, 서울 지역 학생들이 아니어도 인터넷으로 온전한 강의를 듣게 하겠다며 만든 라이브 강좌도 회사가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다.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의 이름을 붙인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지난해 10월 설립했다. 세상에 빚을 갚는 심정으로 개인 자산 3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세웠다는 손 회장은 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키우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는 사교육 산업이 고도 압축 성장기의 부산물인 만큼 미래는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저성장시대는 과거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전환기이기에 청년들도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선 고도 성장기를 보낸 부모의 말부터 듣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며 “다시 고민하고 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서울경제DB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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