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②]‘악녀’ 김옥빈, 밤길이 무섭지 않은 여배우 1호?

“악녀는...더 이상 남에게 줄 사랑이 없는 여인”

“‘악녀’는 1편으로 끝나면 안돼요. 2편에선 숙희가 무자비한 빌런으로 나타나야죠. 제 바람이에요.”

세상에 이런 여인이 있을까? 외형은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최정예 킬러이지만 내면은 그 누구보다 퓨어한 순백의 여인이 김옥빈이란 무기를 들고 새롭게 태어났다.


8일 개봉을 앞둔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배우 김옥빈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옥빈 /사진=조은정 기자


김옥빈은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 위에 직접 매달리고,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휘두르면서 날 선 액션을 몸소 선보였다. 그 어떤 남성 액션보다 더 거칠고 독하고, 살벌한 숙희의 액션 본능이 살아있다.

살기 위해 죽여야만 하는 킬러 숙희 앞에 진실을 숨긴 의문의 두 남자가 등장하고,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에 마주하게 되면서 운명에 맞서기 시작한다. 관객들에겐 이런 ‘악녀’가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열어 쾌감을 안겼을지 모르지만 배우 본인에게는 육체적 정신이 고통이 함께 찾아온 작품이었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완성형 ‘악녀’가 아닌 악녀가 되는 과정은 고스란히 김옥빈의 몫으로 남겨졌기에.

“숙희는 무지막지한 살인병기로 길러지기엔 사랑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아요. 너무 많은 걸 사랑하는 인물이죠. 그래서 숙희의 감정라인만 놓고 보면 너무 맑고 퓨어한 느낌이 들었어요. 숙희의 무자비한 액션을 생각하면 매칭이 안 돼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어요. 또 이런 인물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악녀’가 한 여자의 인생이 다 담겨있는 영화라 끌렸어요.”


영화 속에선 피칠갑한 김옥빈의 모습을 여러 번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숙희가 사랑하는 이들의 피를 그대로 얼굴에 뒤집어쓴다. ‘숙희’의 내면 속으로 들어간 김옥빈은 ‘악녀’의 정의를 새롭게 하기에 이른다. 예전엔 ‘남에게 무지막지한 상처를 주고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이 악녀’라고 생각했다면, 이젠 ‘더 이상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게 없는 여인이 바로 악녀’라고 여기게 된 것.

관련기사



“숙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죽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왜 감독님은 죽을 때 항상 그 사람의 피를 제 얼굴에 뿌리시는지. 그게 너무 힘들더라. 사랑했던 사람들의 피를 계속 뒤집어쓰는데 이 여자가 앞으로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결국 숙희는 누구를 만나도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죠. 그래서 더 이상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게 없는 여자, 남에게 줄 사랑이 없는 여인인 악녀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아요. 그래서 ‘악녀’는 1편으로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1편에서는 그녀가 사랑을 잃게 된 이유에 대해 보여줬으니, 2편에서는 무자비한 빌런으로 나타나야죠. 제 바람이에요.”

‘악녀’의 주인공 김옥빈은 여느 남자보다 더 강력하고 독하고 살벌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을 선 보인다.‘악녀’의 주인공 김옥빈은 여느 남자보다 더 강력하고 독하고 살벌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을 선 보인다.


배우 김옥빈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김옥빈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옥빈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김옥빈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옥빈은 제 1회 네이버 얼짱 선발대회에서 네이버 상을 수상한 이후 영화 2005년 ‘여고괴담4’의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소녀는 태권도(2단)·합기도(2단)는 물론 합기도, 권투, 무에타이 등을 섭렵했다. 영화 ‘동방불패’를 보며 액션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우기에 이른다. 칼을 들고, 망토 두르며 휩쓸고 다니는 겁 없는 꼬마 여전사가 바로 김옥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겁이 진짜 없었어요. 그래서 선머슴처럼 기부스를 늘 달고 살았어요. 감프다(행동이 부산하고 거칠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고 하죠. 어린 마음에 왠지 가능할 것 같아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부상을 입거나 아이스케이스트장에서 넘어져서 기부스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나이 드니 무서운 게 커졌냐? 그건 아니에요.(웃음) 다만 제가 하는 영화에 차질이 생기니까 자제 하는 거죠.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업그레이드 하면 신나고 재미있거든요.”

김옥빈은 이제 액션 전문 여배우라는 수식어도 함께 따라 붙게 됐다. 김옥빈이 “배우가 못했으면 안 붙여주는데, 잘 했으니까 붙여주는거니까 좋아요”라며 해맑게 웃는다.

인터뷰 말미 ‘밤길이 무섭지 않은 여배우 1호가 되겠다’는 농담반 진담반 섞인 질문을 던지자, “실제로 밤길을 안 다녀서 모르겠어요. 그 땐 빨리 도망가서 112에 신고해야죠. 제가 치한을 상대로 액션을 하겠어요? 큰일납니다. 신문에 날 일이죠. 헤헤 ”

한편,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대되어 외신의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등이 출연한 영화 ‘악녀’는 6월 8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