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영국 총선과 미국 정가를 뒤흔들 제임스 코미 전 FBI(연방수사국) 국장의 의회 증언,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일제히 8일 개최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이며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영국 총선 결과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은 그 결과에 따라 유럽과 미국의 정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주며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초대형 변수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뉴욕 금융시장은 6일(현지시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3대 대형 이벤트에 투자자들이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8월물 금 가격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4.8달러(1.2%) 상승한 1,297.5달러에 거래를 마쳐 1,3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미 국채 가격도 투자 수요가 늘면서 오름세를 보여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13%까지 떨어졌다. 국채는 투자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금과 미 국채값은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7개월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미 전 국장이 8일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선거캠프가 연루된 ‘러시아 커넥션’ 수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올 경우 트럼프 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주며 1조달러 인프라 투자 등 주요 정책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에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크게 올라 엔화 등이 포함된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96.52까지 하락했다.
트레이딩 업체인 오안다의 알폰소 에스파자 수석 애널리스트는 “8일 대형 이슈들을 앞두고 시장에 불안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NN빙송은 “미 전역에 생중계될 코미의 육성 증언은 대통령과 백악관에 폭발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최근 잇따라 영국에서 터진 테러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초 보수당의 압도적 총선 승리 관측은 자취를 완전히 감춘 형국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보수당과 지지율 격차를 1%포인트까지 좁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방식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총선 결과는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7.81포인트(0.23%) 하락한 21,136.2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77포인트(0.28%) 내린 2,429.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62포인트(0.33%) 낮은 6,275.06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