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하하랜드’가 첫 방송됐다. ‘하하랜드’의 ‘하하’는 사람(Human)과 동물(Animal)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지향한다는 뜻을 가진다. 최근 당나귀를 입양한 노홍철, 오랜 기간 유기동물에 관심을 쏟은 유진이 MC를 맡았다. 그 외 애견인 지상렬, 애묘인 AOA 찬미, 송은이가 패널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노홍철과 그의 당나귀 홍키의 모습이 베일을 벗었다. 노홍철과 홍키는 방송 론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가장 기대를 모았던 커플. 노홍철은 “라디오 DJ를 하던 중 당나귀를 키우는 분과 전화 연결을 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구경하러 갔고, 결국 입양하게 됐다”고 홍키를 키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애정뿐만 아니라 책임도 따라야 한다. 평소 깔끔함을 과하게 추구해 ‘깔끔병’ 소리를 듣던 노홍철은 홍키의 배변을 손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흥미가 간다고, 귀엽다고 시작할 수 없는 일. 아이를 키우듯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어 홍키가 피부병으로 인해 치료를 받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와 함께 노홍철이 CCTV를 설치해서 홍키와 떨어져있을 때도 상태를 살피는 장면, 펫 전용 택시를 타고 당나귀 진찰이 가능한 말 전용 동물병원에 가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했다.
‘하하랜드 호호커플’ 코너에서는 고양이와 쥐의 동거라는 예상치 못한 소재가 흥미를 끌었다. 특수동물병원 수의사도 “드문 일이다”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셋이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덕에 서로를 가족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고양이 치고 느린 걸음으로 쫓으며 서로 장난을 치고, 나란히 간식을 먹는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민원을 받는 ‘하하랜드 주민센터’에서는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코너의 주인공은 지난 3월 주민들의 신고로 구조된 마린이. 구조 당시 척추손상으로 두 앞다리를 쓰지 못했으나, 임시보호자들의 후원과 보살핌으로 세 다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의 입양은 끝내 국내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마린이를 받아준 곳은 다름 아닌 미국. 12마리의 유기견과 케이지에 갇혀 13시간을 비행해야 했다. 미네소타 동물 구호 단체 자원봉사자는 “한국에서 장애견들이 입양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인정하듯 장애가 있는 동물들도 인정한다. 사랑이 있는 가정에 속할 권리가 있다”고 한국 입양 문화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출연진들도 묵직한 한 마디를 던졌다. 유진은 “우리나라에서는 외모가 못생기거나 장애가 있으면 잘 입양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외모보다는 교감으로 입양을 결정한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송은이는 이에 덧붙여 “우리 아동들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으면 국내 입양이 어려운 현실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사회적 문제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주인에 의해 도끼로 뒷다리가 잘린 진돌이, 작은 케이지에 넣고 꺼내주지 않아서 등이 C자로 굽은 백곰이, 네 다리가 줄에 묶여 비닐봉지에서 발견된 치치의 사연 등이 전해졌다. 그 중 미국으로 입양된 뒤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치치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같은 아픔을 지닌 반려견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견으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하하랜드’는 예능적 재미보다는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를 전달하는데 무게를 뒀다. 반려동물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부각하기 보다는 서로 공존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전했다. 동물을 입양할 때도 외모지상주의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장애견을 정면으로 다루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청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비쳐졌다.
좋은 취지를 가진 만큼 아쉬운 장면도 눈에 띄었다. 동물 MC 찜꽁이의 존재다. 한 시청자는 “강아지에게 옷 입히고 방송에 앉혀놓는 견주를 진정한 애견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개를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불쾌하다. 내용이 좋은 만큼 그런 부분도 신경 써서 좋은 반려문화에 기여했으면”이라고 의견을 남겼다. 반려견을 장식품이 아닌 같은 생명체로 인식하기 위해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다.
동물을 다룬 프로그램 중 200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SBS ‘TV 동물농장’이 있지만, ‘하하랜드’가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을 모색한다’는 기획의도를 충실히 지킨다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지상렬이 방송 중간 “우리가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하자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한 것처럼 책임과 포용, 인식 개선의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부작 파일럿으로 끝나기에는 아쉬운 프로그램이다. ‘하하랜드’가 4회의 가치 있는 날갯짓으로 뜻깊은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