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시기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배치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환경영향평가 이후로 사드 배치 시기를 늦출 경우 배치 완료까지 길게는 1년이 걸릴 수 있다. 사실상 미국·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완급조절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경북 성주 사드 부지에 추가 반입된 발사대 4기의 배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미 진행된 사항에 대해선 어찌할 수 없지만 추가 배치되는 부분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전 정부처럼 배치를 서둘러 진행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주장해온 ‘절차적 투명성’을 보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드 문제로 꼬인 대미·대중관계를 풀 시간도 벌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서둘러 진행해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를 불러온 만큼 이를 풀고 가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의 관계 복원 시 미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탓에 변수를 올려놓고 원만하게 푼다는 계산이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과 추후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이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또 한미관계를 고려해 기존에 배치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는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旣)배치된 부분은 현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중임에도 그대로 배치돼 있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해서 굳이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사드 배치를 주도한 국방부의 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고강도 직무감찰을 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사안의 성격과 조사 범위 등을 감안할 때 국방부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감사원 차원의 강도 높은 감찰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 조사가 이뤄질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밝히지 못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류호·박형윤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