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결국 불명예 면직 처분을 받게 됐다. 이 전 지검장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됐다. 관련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 수위를 결정한 배경에는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대검찰 합동감찰반은 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감찰조사를 총괄한 장인종(54·18기) 감찰관은 “봉욱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감찰반 권고에 따라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 청구하고 만찬에 참석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및 부장검사 5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금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 전 지검장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안 전 국장 등에 대한 관련 고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수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감찰기록을 이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임 경위 및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이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로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횡령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전 국장의 금품 제공도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 횡령죄나 예산 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전 지검장에게는 청탁금지법과 예산 집행지침 위반, 품위손상, 지휘·감독소홀 등의 혐의를, 안 전 국장에게는 품위손상과 지휘·감독소홀 등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검사 품위를 손상한 점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되지만 상급자 제의에 따라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조치가 타당하다고 봤다.
징계가 청구되면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최종 심의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강도 높은 요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이번 감찰로 ‘셀프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림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 등 그동안 검찰을 옭아맸던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검찰 징계는 중징계인 해임·면직·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나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돈 봉투 만찬 사건 감찰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과 맞물린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라 검찰에는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며 “스스로 수술대에 올라 메스를 덴 격이라 외부에 셀프 개혁의 의지를 알린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합동감찰반이 말 그대로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으면 검찰의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검찰은 이날 최근 ‘셀프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돈 봉투 만찬 고발 사건을 2차장 산하 외사부로 재배당했다./노현섭·안현덕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