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문제의 군산 농가에 대해 올해 5월15일과 5월30일 두 차례 전화예찰을 진행했지만 두 차례 모두 AI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전화예찰 당시에 검역본부는 AI와 관련해 농가의 이상이 없다는 말만 믿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 군산 농장주는 첫 번째 전화예찰 전날인 14일 천안 소재 농장에서 정읍 소재 농장으로 오골계 150마리를 판매하려다 30마리가 폐사해 5일 뒤 반품을 받았다. 정황상 농장주가 “AI 징후가 없었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고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상 없음’으로 보고한 것이다.
두 번째 전화예찰 보고는 더 황당하다. 군산 농장주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연락 안 됨’으로 보고됐다. 이때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현장에만 나갔어도 전국적인 AI 사태를 막을 수 있던 셈. 실제로 정부의 AI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산의 농장주는 첫 번째 전화예찰과 두 번째 전화예찰 사이에 양산과 제주·파주·안성·부산·서천 등 전국으로 문제의 오골계를 유통시켰다. 더욱이 군산 농장주는 5월20일 폐사체가 늘자 관내의 가금 수의사를 불러 진료를 받았지만 수의사마저도 AI 판별을 내리지 못했다.
방역당국의 예찰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AI가 최초로 발견된 충남 천안 봉강천은 야생 철새 상시예찰 강화 기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AI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정부가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예찰 활동을 강화했던 충북 음성군 맹동면, 전남 해남군 산이면 역시 AI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AI 조기 발견을 위해 현행 예찰 방식을 현장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농가들의 자발적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인필 충북대 조류질병과 교수는 “정부에서 손쉽게 농가를 점검하는 전화예찰은 농가가 거짓말을 하거나 AI 증상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AI를 조기에 막기 위해서는 AI 검사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현장 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전문가들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에도 전북 군산과 익산에서 총 4건의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이곳을 포함해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은 전국에 총 25곳으로 늘었다. 이 중 6개 시도, 7개 시·군, 10개 농장은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