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권오준의 결단…감사委에 외부감사인 선임권한 부여

외감법 개정 앞두고 선제적 대응

"경영진 입김·외부압력서 벗어나

부실 회계감사 우려 털어낼 것"





포스코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3명으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전격적으로 부여했다. 포스코의 이런 방침은 정부가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의 일부로 특정 기업이 국회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정권에 휘둘리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인식에 따른 부실 회계 감사 우려를 털어내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서열 6위(자산총액 기준) 포스코의 이 같은 변화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때 경영진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선임 권한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전적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포스코의 감사위원회는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과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 장승화 서울대 교수 등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포스코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회사 경영진이 특정 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임하자는 의견을 감사위원회에 전달하면 감사위원회는 이를 ‘승인’하는 소극적인 역할만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감사위원회가 직접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는 적극적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한국회계학회장을 맡고 있는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코와 같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이 감사위원회에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상징적으로나 회계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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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도입한 감사위원회의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 확보는 올 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감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발의했다. 아직 국무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은 법률 개정안을 특정 기업이 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은 ‘클린 포스코’에 대한 권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부 압력을 동원하거나 청탁 실적이 있는 회계법인은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등 윤리적 측면에서 엄격한 제재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외이사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이 같은 방침이 그룹 계열사들로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외부 감사 방식도 확 뜯어고쳤다. 포스코 그룹사들은 지금까지 철강·정보통신기술(ICT)·건설·무역 등 총 4개 그룹으로 나뉘어 빅4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철강과 비(非)철강 2개 그룹으로 나누고 주 감사인과 부 감사인 체제로 바꿨다. 주 감사인이 철강 부문을, 부 감사인은 비철강 부문 회계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계열사는 매출액 기준 10위권 내 중견 회계법인 중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2개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도록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견 회계법인들이 글로벌 기업에 대한 감사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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