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코미 폭탄증언] 코미 "트럼프가 플린 놔달라 요구" 민주 "사법방해죄" 탄핵 준비

■"수사외압" 모두 발언문 공개

민주 "수사방해 용납안돼" 공세

공화 "트럼프 해명 사실로 확인

압력과 방해 다르다" 진화 나서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폭탄 증언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외압이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당장 탄핵 준비에 돌입했다. 반면 공화당은 ‘코미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러시아 커넥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해석하며 사태 축소에 나섰다.


코미 전 국장이 7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 증언에 앞서 공개한 모두발언이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데 그친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수사 중단 압박이 탄핵 사유에 해당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어 미국 언론들은 아직 탄핵론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한국시간으로 9일 새벽에 진행될 코미 전 국장의 청문회 증언과 이후 수사에서 ‘결정적 한 방’이 나올 경우 미 정국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 증언에 앞서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 중단 외압이 진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최대한 세부적인 정황 묘사를 담은 서면증언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3차례 회동하고 6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코미 전 국장은 각각의 대화가 오간 날짜도 적시해 대통령과의 대화 후 그 내용을 작성한 ‘코미 메모’가 실존함을 확인했다.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7쪽 분량의 청문회 모두발언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자신을 불러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7쪽 분량의 청문회 모두발언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자신을 불러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서면증언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문제의 수사 중단 발언을 했다.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이 내게 ‘(수사에) 손을 떼고 플린을 놔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으로 러시아 내통 의혹이 커지자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지 한 달이 안 돼 사임한 인물이다. 코미 전 국장은 이에 대해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만 답했으며 이후에도 FBI 수사는 계속됐다.


코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4차례나 자신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먹구름에 비유하며 “걷어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확인해줬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실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중에 상황이 바뀌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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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7쪽 분량의 청문회 모두발언문에서트럼프 대통령이 2월14일 ‘러시아 커넥션’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그만 둬달라(letting Flynn go)”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7쪽 분량의 청문회 모두발언문에서트럼프 대통령이 2월14일 ‘러시아 커넥션’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그만 둬달라(letting Flynn go)”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코미 전 국장의 폭탄 증언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트럼프가 충성 요구와 함께 “플린을 놔달라”는 발언이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에 해당한다며 즉각 탄핵 포문을 열었다. 코미 전 국장이 증언할 상원 정보위원회의 마크 워너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관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준비에 돌입했다.

사법 방해는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결국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해당됐던 중대 범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요구가 사법 방해의 범죄 기준을 충족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공화당 관계자는 CNN에 “압력과 방해는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AP통신에 “천박하거나 멍청하다고 기소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수사 중단 압력이 곧장 사법 방해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특히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한 데 초점을 맞춰 “트럼프의 해명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오히려 사태를 진정시킬 단초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코미 전 국장의 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개입 정도가 극적으로 알려질 경우 가뜩이나 불거진 트럼프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탄핵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o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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