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여름을 여는 비밀 고원 - DMZ펀치볼 밥상’ 편이 전파를 탔다.
▲ 돼지 해(亥)자를 쓰는 ‘해안면’의 돼지이야기 - 펀치볼 흑돼지 밥상
예로부터 습기가 많아 뱀도 많았던 해안면. 마을을 지나가던 스님이 해안면의 ‘해’ 자를 돼지 해(亥)로 바꾸고 돼지를 키우면 뱀이 없어질 거라고 해 그 후로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었단다. 해안면의 청정 고원에서 토종 흑돼지를 방목해서 키우는 돼지아빠 신명철씨. 명철씨 농장의 흑돼지들과 울타리를 넘어온 멧돼지들이 만나 교배된 얼룩덜룩한 돼지들은 멧돼지와 흑돼지의 장점을 모두 지녀 육질도 더 쫄깃하고 맛도 더 고소하다는데.
오랜만에 명철씨의 초등학교 선후배 친구인 정은윤씨와 홍성자씨가 명철씨의 농장을 찾았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들어 돼지고기에 감자옹심이를 빚어 넣어 양을 불려 먹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솜씨를 발휘하는 은윤씨와 성자씨. 국 밑에 가라앉은 고기, 국 누룽지 한 그릇을 추억하며 취나물옹심이갈비탕과 참취에 싸 먹어야 그 맛이 제대로 라는 흑돼지갈비구이를 준비한다. 펀치볼 마을의 추억을 그대로 담고 있는 흑돼지 밥상을 맛본다.
▲ 산과 함께 해 온 40여년 - 나물꾼 조숙행
21살에 양구로 시집와 44년을 산과 동고동락한 펀치볼 마을의 나물꾼 조숙행씨. 남편이 가르쳐준 산은 이제 숙행씨의 가장 편안한 친구다. 마음 잘 맞는 친구 정상예씨와 봄나물 캐기 산행에 나선 숙행씨. 산에서 캔 나물과 약초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에는 한 번 산에 들어오면 산을 오르내리는 시간이 아까워 비닐 하나 깔아놓고 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나물을 뜯었다는데.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갓 뜯은 나물에 밀가루 반데기 한 점 그리고 된장 조금이 산에서 먹는 최고의 만찬이다. 자루 가득 뜯어온 산나물을 바로 손질하기 시작하는 숙행씨와 상예씨. 숙행씨의 남편이 가장 좋아해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자주 끓여 먹었던 취나물된장국에 깊은 산중에서만 난다는 얼레지를 듬뿍 넣은 나물비빔밥까지. 산 하나를 통째로 담아낸 듯한 숙행씨의 야생 밥상을 맛본다.
▲이주 1세대들이 기억하는 그 날의 펀치볼 - 만대리 밥상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땅, 펀치볼! 도솔산 전투, 가칠봉 전투 등 한국전쟁의 치열한 전투들을 치러낸 펀치볼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분단 3년 후인 1956년 폐허의 땅에 처음 이주해왔던 이주민 1세대 전기수씨. 군인들이 지어준 18평짜리 집에 두 가구가 나눠 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자갈밭을 일구고 버드나무를 베 가꿔낸 삶의 터전에 지금은 고랭지채소, 과일 등 다양한 생명이 피어오르고 있다.
벼농사 짓던 시절 밭두렁 주변에서 캐던 메싹과 둥굴레는 만대리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한 끼였다는데~ 메싹에 밀가루를 입혀 쪄낸 메싹찜과 둥굴레를 쪄 만든 둥굴레정과는 그 시절 먹을 것 없던 사람들의 입을 달달하게 달래주었다. 많이 먹어도 탈나지 않아 밥에 넣어 양을 불리는데 사용되던 질경이를 넣은 향긋한 질경이밥에 간장양념 한 숟갈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그 시절 펀치볼 사람들의 지난 삶이 입 안에 가득하다. 폐허에서 희망을 피워낸 펀치볼 사람들의 추억 속 그 밥상을 찾아간다.
▲ 군대에서 펜팔로 만난 허창구씨 부부 - 양구 산골총각과 목포 아가씨의 밥상
팔랑리의 잉꼬 부부 허창구씨 부부. 양구 토박이인 허창구씨와 목포 아가씨인 김경희씨는 창구씨의 군 복무 시절 펜팔로 이어진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창구씨의 쌈채 농장에 서 키다리나물을 채취하는 창구씨 부부. 향긋한 키다리나물을 썰어 넣어 부쳐낸 키다리나물장떡은 경희씨가 시어머니에게 배운 음식 중 하나라는데.
매콤하고 고소한 키다리나물장떡에 상큼한 맛에 입맛이 절로 도는 키다리나물겉절이까지. 거기에 귀한 고비나물볶음까지 더하면 막걸리 한 잔 절로 생각나는 창구씨네 부부의 무릉도원표 밥상이 금세 차려진다. 펀치볼 초기 이주민인 올해 94세, 창구씨의 아버지까지 모시고 둘러앉은 술상에 경희씨의 구성진 노래 한 자락이 더해진다. 먼멧재 고갯길 따라 사랑이 넘치는 팔랑리 잉꼬부부의 밥상을 따라가 본다.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예고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