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에게 올림픽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올림픽이라는 용어가 고대에 4년마다 운동 경기가 개최되던 곳인 올림피아에서 비롯됐고 상당수의 운동 경기나 저변에 깔린 철학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776년부터 시작된 고대올림픽은 기원후 393년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교도들의 풍습이라며 중단시킬 때까지 무려 1,000년 이상을 유지해왔다. 이후 1,500년 이상의 휴지기를 거친 올림픽은 프랑스 출신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적극적인 주창에 힘입어 지난 1896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근대올림픽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다.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후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와 같은 동계스포츠가 초창기 올림픽 경기에 포함되기도 했으나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개최된 제1회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은 하계와 동계로 구분돼 개최되고 있다.
고대올림픽과 근대올림픽은 개최 주기와 사상적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동질성을 갖고 있다. 쿠베르탱 남작은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며 스포츠 경기가 국가 간의 평화를 증진한다는 신념하에 근대올림픽을 부활시켰는데 이는 고대올림픽 경기를 이끌었던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기간 동안에는 상호 간 전쟁도 멈추고 우승자에게는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아낌없는 찬양과 환호를 보내줬다.
물론 차이점도 많이 있다. 고대올림픽 참가 선수는 그리스인이나 그 피를 물려받은 남성 후예에 한정됐고 이방인이나 여성은 허락되지 않았다. 경기 종목은 달리기 단일 종목으로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됐지만 최종적으로도 여섯 경기 정도로 매우 제한돼 있었다. 당시의 제반 여건상 겨울 스포츠 종목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근대올림픽에서는 성적순에 따라 금·은·동메달로 시상하고 비록 메달을 못 받더라도 참가에 더 큰 중점을 두는 반면 고대에는 아무래도 우승자 한 사람에게 모든 영광이 집중됐다. 특이한 것은 고대올림픽 때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에게는 경기 관람을 허용했지만 결혼한 여자에게는 경기 관람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림픽에 대한 일종의 지적재산권을 가진 그리스인들이기에 그리스의 여러 도시에는 올림픽과 관련한 박물관이나 전시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우선 올림픽의 발상지인 올림피아에는 당연히 수많은 고대올림픽과 근대올림픽 관련 물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을 뿐 아니라 올림픽 개최 시마다 성화 채화식을 통해 전 세계에 그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마라톤에 소재한 마라톤경기박물관의 경우 근대올림픽의 시작과 함께 도입된 마라톤 경기와 역대 올림픽 관련 소품을 빼곡히 전시하고 있다. 제1회 근대올림픽의 주경기장이었던 아테네 시내의 팬아테니언 경기장도 역대 올림픽 관련 전시물들을 전 세계 방문객들에게 상설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지방도시들 역시 올림픽 관련 전시물품 몇 개 정도는 기본으로 비치하고 있다. 올림픽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많은 그리스 사람들은 과거 올림픽이 개최됐거나 앞으로 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지식을 자랑한다.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뿐만 아니라 내년도에 개최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올림픽광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일반 한국인도 잘 모르는 평창올림픽의 각 경기장별 공사 진척현황에 대한 최신 정보까지 꿰고 있다.
올 10월 하순에는 유서 깊은 올림피아에서 평창올림픽을 밝혀줄 성화 채화식이 진행된다. 모든 올림픽 경기는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성화 채화식을 염두에 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세계 각국의 올림픽을 관심 있게 지켜봐 온 그리스인들에게 평창올림픽도 성공한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올림픽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그리스 도처에 널려 있는 올림픽 전시관에 성공한 평창올림픽에 관한 여러 기록물들이 두고두고 오랜 기간 동안 전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