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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유영 “천운과도 같은 ‘터널’…드라마의 재미를 맛봤다”

“‘터널’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첫 드라마 작품인데,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배우 이유영는 자신의 첫 안방극장 데뷔작이자 OCN 드라마 ‘터널’을 만난 것에 대해 ‘천운’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연기를 오래한다고 해도 잘 되는 작품을 만나기란 쉬운 것이 아닐 텐데, 자신은 첫 드라마 도전부터 소위 ‘대박’이 났으니 절로 힘이 나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이 출연했던 ‘터널’은 1980년대 연쇄 살인사건을 쫓던 화양경찰서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터널에서 범인과 맞닥뜨려 쓰러진 뒤, 2017년으로 넘어오면서부터 펼쳐지는 진행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였다.

이유영은 ‘터널’에서 영국에서 자라 한국에 온지 2년 된 심리학 교수 신재이 역을 맡았다. 연쇄살인범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신재이는 모든 것에 대해 무감각하게 대하다가, 과거에서 온 아버지 박광호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돼 가는 인물이었다.

“신재이는 쉽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솔직히 첫인상이 호감인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실제 극초반에는 ‘신재이가 살인범 아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내가 살인범으로 보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정작 ‘저 여자 이상하다. 너무 무섭다’라는 피드백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분명 그걸 노린 것이기는 했는데, 진자 그런 댓글을 보니 손이 떨리고, 인간 이유영으로서 부드러워 보이고 싶기도 하더라고요.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그때마다 신용휘 PD님께서 ‘너 왜 부드럽게 연기하느냐. 캐릭터를 잡고 가야한다. 흔들리지 마라’고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마지막까지 신재이를 붙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2014년 영화 ‘봄’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에 입성한 신인 이유영은 2015년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 제24회 부일영화상까지 신인여우상을 휩쓸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이유영은 ‘터널’을 통해 브라운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활동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첫 드라마 도전작으로 ‘터널’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어요. 일단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고, 신재이라는 역할이 쉽게 볼 수 있는 여자 캐릭터가 아니어서 도전해보고 싶었더라고요. 어려울 것 같기는 했는데 보호받는 여자가 아닌 무감각한 여자…흥미가 생겼죠.”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스크린에서 활약하다가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 낯설었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이유영은 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차이는 없는데 환경이 많이 다르더라”고 답했다.

“드라마는 짧은 시간 내 많이 찍어야 하니 모니터를 할 시간은 물론이고 배우들 간 연기를 맞춰볼 시간도 부족 하더라요. 철저히 준비해야했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노력해야 할 것들도 많았어요. 환경적인 부분은 힘든 것은 있지만, 그래도 촬영은 즐거웠고 나중에 또 한 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유영에게 있어서 신재이는 결코 호락호락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무감각한 캐릭터를 연기하려다 자칫 잘못하면 무감정한 연기로 빠질 위험이 높았으며, 절제하는 연기 또한 쉽지 않았던 것이다.

“신재이는 제게 너무 어려운 인물이었어요.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는 ‘제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를 보여드리면 되는데, 신재이는 이 같은 감정을 가리면서도 1차원적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했거든요. 감정을 감추다보니 연기하기도 답답했죠..”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유영의 말처럼 초반의 신재이는 계획에도 없던 한국에서의 강사 초빙을 받아들였던 이유로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를 들 정도로 평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캐릭터였다. 직업조차 독특한 신재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갔느냐는 질문에 이유영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심리자문을 하시는 교수님이 두 분 계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이수정 교수님과 박지선 교수님이 범죄심리전문가로 종종 등장하세요. 두 분 교수님이 출연하시는 회차는 모두 봤죠. 신재이의 캐릭터를 교수님들에게서 가져 왔다고 하기 보다는, 주로 어떤 수사를 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인물을 만들어 나갔어요. 이건 여담이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된 범죄들을 몰아서 보니 무섭더라고요, 별의별 사건이 다 있고…이 외에도 프로파일링에서 적어놓은 책을 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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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터널’에서 재미있던 것 중 하나는 부녀호흡을 맞춘 최진혁과 이유영의 나이 차이. 둘은 고작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 같은 독특한 부녀지간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터널’에서 차용된 ‘타임슬립’ 소재 덕분이었다. 부녀지간보다 차라리 남매나 연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보이는 외형이었지만, 최진혁과 이유영은 디테일을 살린 연기로 설정에 설득력을 더하며 안방극장에 사랑을 받았다. 최종회에 가서는 두 사람이 실제 부녀지간으로 보일 정도였다.

“처음에는 진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도 최진혁 오빠를 아빠로 보기 힘든데 시청자 분들이 ‘아빠와 딸’에 이입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최진혁 오빠에게 감사한 것 중 하나가 정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해주시고 이입을 해주셔서 저도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진혁 오빠가 정말 열심히 연기하셨어요. 촬영 전부터도 ‘무조건 잘 돼야 한다’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셨어요.”

‘터널’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유영이지만, 정작 그 스스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말에 이유영은 “스스로 후하게 점수를 줘서 5점 미만”이라고 말했다. 겸손한 대답같다고 말했더니 이유영은 “제가 생각했던 신재이에 반도 못 미쳤고, 아쉬운 것이 많다는 소리”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것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연기를 더 잘했으면 좋았으련만, 제가 생각했던 것에 반도 못 미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없는 부분을 만들어야 하고, 없는 말투를 써야했고, 그래서 더 많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유영은 ‘터널’에 대해 “드라마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졌을 뿐 아니라 잘 되기까지 했으며, 더 나아가 또 다른 드라마를 할 수 있게끔 용기를 준 작품이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너무 안 되고,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안 좋고 그러면 겁이 났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행이었어요.”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이유영은 무채색과 같은 배우였다. 특색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특별한 색, 이미지가 강하지 않다보니,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찰떡 같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실제 이유영은 “연기가 어려웠다”고 말을 했지만, ‘터널’ 속 신재이를 훌륭하게 소화하지 않았는가.

“신재이와 저는 굉장히 달라요. 저는 훨씬 더 밝은 성격인데, 첫 작품을 사연 있고 성숙한 여자, 센 캐릭터를 해서 그런지 이후 저도 모르는 사이 그런 이미지가 잡혀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신재이가 강하고 세기만 했다면 아쉬웠을 텐데, 뒤로 갈수록 여려지고 사람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래도 다음 작품은 최대한 밝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터널’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완성도 높은 전개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터널’은 무려 6.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라는 최고시청률을 기록, OCN 최고시청률 경신에 성공했다. 타깃 시청층의 목표 시청률은 이미 오래 전에 넘겼으며, 여성 시청자 유입이 높았던 점도 이례적이었다.

‘터널’은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극의 완성도를 잡아나갔고, 이에 매료된 많은 시청자들은 시즌2 제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저는 감사할 따름”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것도 좋은데, 시즌2가 제작되고, 또 똑같이 저를 캐스팅을 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로 풀 여지가 많은 드라마라서 진짜 시즌2로 제작될지 저도 많이 궁금해요.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과거로 돌아간 박광호로 인해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보고 싶어요. 바라는 것은 신재이가 다른 삶,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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