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보수당 과반 실패]실패한 '메이의 도박'...협상 열흘 앞두고 '브렉시트 노선' 바뀌나

친EU성향 젊은층 투표율↑...시장 잔류 목소리 커져

강경파 주도 '하드 브렉시트' 기존전략 벽에 부딪혀

연정구성 등 시간도 빠듯해 '일정 전면조정" 목소리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선거구인 런던 이즐링턴의 개표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동당이 총선 결과 의석을 크게 늘리면서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기조 등 국정운영 방향이 대거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AP연합뉴g스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선거구인 런던 이즐링턴의 개표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동당이 총선 결과 의석을 크게 늘리면서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기조 등 국정운영 방향이 대거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AP연합뉴g스


“가뜩이나 꼬여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문제가 더 꼬이게 됐다.”(EU 측 브렉시트 협상 관계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던졌던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가 9일(현지시간) 보수당의 과반 의석 상실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끝나면서 영국 정치권과 브렉시트 논의는 1년 만에 또다시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메이 총리와 보수당 강경파가 주도해온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시험대 성격이 짙었던 이번 선거에서 영국민들이 사실상 메이 총리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당장 열흘도 남지 않은 협상 개시일을 앞두고 내각 구성과 여론 수렴 등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 수 규제와 EU 단일시장 접근권 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영국과 EU의 관계 정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소수정부 구상을 발표하며 “10일 뒤 시작되는 중요한 브렉시트 협상을 통해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차질없는 브렉시트 협상 이행을 위해 사퇴론을 일축하는 등 협상 강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언론들은 보수당이 총선 결과 절반을 훌쩍 넘는 400석을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보수당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는 대신 국경통제권과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하드 브렉시트’ 기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치매세’ 논란과 잇따른 테러로 보수당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발표했던 4월18일 20%포인트였던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는 선거 전날인 7일 1~10%포인트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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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선이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끝나면서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하드 브렉시트’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가디언은 “친EU 성향의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았다”며 “이는 메이의 브렉시트 어젠다(하드 브렉시트)가 유일한 방향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당을 중심으로 EU 단일 시장 잔류를 요구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소프트 브렉시트’의 정체성이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노동당은 선거 공약에서 EU 단일시장 접근권 보장과 영국에 거주 중인 EU 시민의 권리 즉시 보장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지 않으면서 EU 출신 영국 이민자 수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만약 영국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받는 대신 이동의 자유 보장과 EU 분담금 납부 및 EU 법 적용을 모두 수용한다면 “의무는 다하고 EU 회원국으로서의 발언권만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질 수 있다. 보수당 입장에서도 하드 브렉시트의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FT는 보수당이 메이 총리를 영국 측의 대표로 세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거 결과가 브렉시트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당장 오는 19일 시작되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개시까지 정치권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도 부족하다.

영국의 국정 혼란에 대해 협상 파트너인 EU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2019년 3월29일로 정해진 2년간의 브렉시트 협상 기한 동안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협상 일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귄터 외팅거 EU 집행위원회 위원은 “EU는 일할 수 있는 (영국) 정부를 원한다”며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일정이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허브인 영국과의 협상이 시한을 넘길 경우 EU 입장에서도 경제 혼란이 불가피해 영국의 정치권이 안정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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