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와치]최저임금 강행, 제도개선은 눈감은 정부

"1만원으로 인상, 부담 너무 커"

中企, 업종·지역별 차등요구에

일자리위 "최저임금위서 할 일"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업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업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찾았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공약이 기업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호소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약대로면 연평균 15.7%의 최저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이는 2001년 이후 평균 상승률 8.6%보다 2배 이상 큰 것”이라며 “특히 인건비 부담이 약 81조5,000억원 늘어 고용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도 냈다.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최저임금 기준이 하나만 있어 임금수준 등이 낮은 직종은 급격히 오르는 인상률을 따라가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독일·일본·호주·캐나다 등 선진국도 업종·직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중소업계는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지키는지 판단할 때의 계산 기준도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선진국과 달리 최저임금에 기본급만 포함해 상여금, 각종 수당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에게 한 달 기본급 120만원, 상여금·수당 등 80만원을 지급하는 기업은 기본급만 따졌을 때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쳐 법 위반으로 몰리게 된다. 업계는 이와 함께 하도급 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납품단가도 올리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계 부담도 완화하고 낙후된 제도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개선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일자리위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은 다수 해외 국가에서 실시하는 것이어서 타당성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최저임금 관련 제도 개선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정부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기구다.

관련기사



일자리위의 이 같은 입장은 선진국보다 낙후된 제도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 책임방기일 뿐 아니라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1만원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 수준 역시 최저임금위의 결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이 정부 소관이 아니라면 인상 수준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공약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차등화, 산입범위 확대 등을 포함해 주먹구구식인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 결정 시스템은 체계적이지 못해 매번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사회갈등만 키우는 실정이다. 일례로 최저임금은 임금 실태와 생계비 기준, 최저임금 적용시 효과 등을 분석한 뒤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소득 관련 통계의 부정확성,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중 목소리가 큰 곳의 주장과 정부 입김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정부가 객관적 근거 없이 1만원이라는 인상목표를 세워놓고 관철하려는 것 자체가 현재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에 참가하는 노동계·경영계 위원도 임금과 소득 등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제한하고 객관적 통계에 기초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