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 마지막 회에서는 김설우(박해진 분)와 여운광(박성웅 분), 차도하(김민정 분)가 모승재(연정훈 분)와 국정원장(강신일 분)의 음모를 밝히는 내용이 그려졌다. 모든 이들은 각자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돌아갔다. 완벽한 권선징악이었다.
김설우와 여운광, 차도하의 팀플레이가 환상적이었다. 김설우는 모승재에게 마이크를 달아주며 폭탄이 설치됐으니 진실만을 말하라고 경고했다. 여운광은 생방송을 통해 모승재가 자신을 두 번이나 죽이려고 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차도하는 방송을 중단하려는 PD에게 “송산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을 밝힐 수 있는 기회”라며 설득했다.
김설우는 동시에 국정원장도 압박했다. 전화를 받은 국정원장에게 “이 전화를 끊거나 움직이면 폭발한다”며 진실을 말하게 했다. 김설우는 이어 “아주 단순한 진리, 죄와 벌”이라며 “이제 복수의 시간입니다”라고 ‘사이다 반격’을 예고했다. 국정원장은 모승재와의 거래부터 이동현(정만식 분)에게 누명을 씌운 것까지 술술 털어놨다.
결국 모승재와 국정원장은 체포됐다. 김설우의 철처한 프로파일링 덕분이었다. 모승재를 ‘온실 속의 어린 왕자’라고 파악, 자기 목숨을 건 도박은 절대 하지 않고 국정원과의 관계를 자백할 것임을 예상한 것. 이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국정원장의 자백 역시 모두 녹화됐다. 김설우는 “국정원 내부의 배신자를 잡으라는 임무, 완료했습니다”라며 씁쓸하게 보고했다.
이후로는 한가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우선 이동현은 의식을 찾았다. 국정원에서 표창장도 받게 됐다. 장태호(장현성 분)은 국정원으로 복직했으며 샤론킴(오나라 분)과의 사랑도 이어갔다. 여운광은 개념연예인으로 등극,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예능부터 시사 프로그램까지 끊임없는 섭외로 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김설우 역시 복직됐다. 여기에 한 달 간 휴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막상 휴가 중에도 차도하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차도하가 여운광의 스케줄을 관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김설우는 이동현의 병실에서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여운광의 만보기를 대신 채워주는 등 한가로운 나날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페트로프(데이비드 맥기니스 분)가 김설우를 찾아왔다. 테러조직 붉은시월을 상대하던 ‘서커스 작전’에 관련된 요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붉은시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설우는 ‘김가드 작전’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헝가리로 향할 결심을 했다.
김설우와 여운광, 차도하의 이별은 담담했다. 여운광은 “언제고 이런 날이 오면 붙잡지 못하리라는 거 알고 있었어. 작전은 끝나도 인생은 계속 된다는 거 잊지 마”라고, 차도하는 “기다리지 않을게요. 찾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고 가능하면 당신 생각도 하지 않을게요. 그냥 여기 있을 테니까 당신도 그냥 어느 날 돌아와요”라고 단단한 믿음을 표현했다.
헝가리에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한 김설우는 “붉은시월 작전, 임무완료”라고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위치추적기에서 김설우를 나타내는 빨간 점이 사라졌고, 이를 보고 있던 차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들이 또 다시 어떤 일에 휘말리게 될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훈훈한 결말이었다.
‘맨투맨’은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쾌한 첩보물로서 아쉽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남겼다. 특히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세 주연 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인생 캐릭터를 선물했다. 주조연 배우들을 통틀어서 연기 구멍 하나 없는 열연이 펼쳐졌다.
박해진은 마지막까지 고스트 요원 그 자체였다. 맡은 역할이 국정원 고스트 요원인 만큼 완벽한 인물을 표현해야했다. 이에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는 물론, 상대를 속이는 능청스러운 표정연기까지 소화했다. 박성웅, 김민정과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박성웅과는 찰진 ‘브라더 로맨스’를 김민정과는 애틋한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박성웅은 이번 기회로 귀여운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끔은 자기 멋대로 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한류스타로 완벽 변신했다. 그러다가도 김설우를 ‘브라더’라고 부르며 신뢰를 드러낼 때는 든든한 매력을 뽐냈다. 김민정 역시 프로페셔널한 팬매니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배우 본인은 예쁘게 보이려 하지 않았다지만, 내내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쳤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이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1회에 등장했던 헝가리의 모습이 마지막 회까지 등장했다. 미리 대본을 받고, 촬영 일정을 세워야만 가능한 그림이었다. 힘이 다소 빠진 전개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 회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캐릭터 설정도 마찬가지였다. 각 인물들의 위치나 입장에서 일관성이 유지됐다.
앞서 스케일 큰 액션 장면이나 첩보물이라는 장르적인 색깔 때문에 다소 무거운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예상이 있었다. 마지막 회까지 달려보니, 이창민 PD와 배우들이 말한 것처럼 무겁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첩보작전이라는 골자를 따르면서도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가 유쾌했다.
‘맨투맨’ 시즌2에도 기대가 모인다. 사랑을 확인한 김설우와 차도하, 이혼도장을 찍지 않은 모승재와 송미은(채정안 분), 생방송 이후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여운광 등 풀 수 있는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이들의 넘치는 케미스트리, 다시 한 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을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