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산차는 처음이다. 밟는 순간 튀어 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단 4.9초면 충분하다. 브레이크 페달 위 발의 압력에 맞춰 멈출 수 있다는 자신감은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야심작 ‘스팅어(사진)’ 얘기다.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부터 강원도 원주까지 왕복 168㎞ 코스에서 스팅어의 3.3 가솔린 모델 중 최상위 트림인 GT의 운전대를 동승자와 번갈아가며 잡아봤다.
차에 처음 탔을 때 느낌은 안락감. 운전석과 조수석에 장착된 버킷 시트는 허리를 포근하게 감싸줬다. 시트뿐 아니라 양쪽 문에도 나파가죽으로 둘렀고, 전자식 변속기와 둘출형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의 첨단 사양에서도 고급차의 느낌이 물씬 났다. 매끄럽게 빠진 쿠페형이지만 뒷자석도 넉넉했다.
워커힐호텔에서 올림픽대로를 거쳐 강일IC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본격적으로 주행 성능을 체감해 봤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차량은 마치 맹수의 울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엔진 배기음을 내뿜었다. 스팅어 3.3 터보 GT의 공식 제로백은 4.9초. 저속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꾹 누르자 차는 말 그대로 튀어 나갔다. 후륜구동 기반의 3.3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370마력의 힘은 스팅어의 슬림한 차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계기판의 눈금은 눈 깜짝할 시간에 시속 100㎞를 훌쩍 넘었다,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은 마치 항공기가 이륙할 때의 느낌을 줬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고속으로 코너 구간을 빠져 나가는 동안에도 쏠림을 최소화하며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줬고 브렘보 브레이크는 원하는 거리, 원하는 위치에 차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단순히 잘 달리는 것만이 아니다. 기아차는 브랜드 차종 중 처음으로 스팅어에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의 ‘EQ900’와 ‘그랜저IG’에 탑재된 기술이다. 운전대 가운데에 있는 버튼을 눌러 HDA를 활성시키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 봤다. 곡선 주로임에도 차는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스스로 핸들을 돌렸다. 다만 차로 한 가운데를 안정적으로 주행한다기 보다는 차선을 넘어서기 직전 반대쪽으로 튕겨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가격은 3,500만~4,880만원.
/원주=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