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 상표권 20년 사용’ 조건으로 더블스타가 떠안게 되는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매각가격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여서 주식매매계약(SPA) 파기 논란이 일 수 있다. 금호타이어와 같이 우선매수청구권이 전제된 매각의 경우 SPA 상 매각가격을 1원도 깎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산은은 박 회장의 금호 상표권 20년 사용, 사용요율 인상 제안과 관련해 지난 9일 오후와 주말 동안 더블스타 측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박 회장 제안을 수용할 경우 더블스타는 20년간 약 3,000억원의 추가 부담 비용이 발생한다.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인수가격이 사실상 9,550억원이 아닌 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 돼 수용 가능성이 낮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블스타가 박 회장의 역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매각은 무산된다.
하지만 산은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더블스타가 부담해야 할 상표권 부담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해주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핵심 관계자는 “산은은 (박 회장의) 상표권 수정안 제시로 늘어난 더블스타의 부담을 어떻게든 줄여줘 매각을 성사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도 ‘더블스타가 추가로 안을 수 있는 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더블스타와) 협상을 해나가기 나름”이라며 “지금으로선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이 9일 금호 상표권 사용 수정안을 제시한 직후 산은 내부에서는 “무리한 요구”라며 사실상 더블스타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실제 산은은 1조원의 인수가격이 부담스러워 상표권 부담 등을 이유로 유찰을 선언할 수 있다는 더블스타 내부 분위기를 감지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 상표권 5년 사용에 15년 추가 사용을 원했지만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며 “피인수 기업의 브랜드를 20년 동안 장기 사용하라는 것은 매각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내부적으로 상표권 역제안에 따른 더블스타의 인수 가격 상승 부담을 완화해주는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처럼 우선매수청구권이 전제된 매각의 경우 SPA 상 매각가격을 1원도 깎을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채권 만기 연장이나 대출금리 조정 등 산은이나 채권단이 할 수 있는 우회적인 인수 메리트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산은이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더블스타의 상표권 부담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12일 긴급회의를 열어 더블스타의 상표권 제안 수용 여부에 관한 입장을 공유하고 상표권 부담 완화 방안 등에 대한 채권단 협조 여부 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재매각은 없다”며 “매각 무산 이후에는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이는 수년이 걸릴지, 정상화가 성공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자가 있는 이번 계약은 SPA에 명시된 내용을 벗어난 가격 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선매수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각 강행에 따른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이와 함께 매각 무산 이후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채권단과 함께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