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태세의 근본적인 전환은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북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면서 국방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퇴조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존중도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지난 보수정부 시절 가용할 시간과 재원을 낭비하고 무능력으로 인해 미래에 대비해야 할 귀중한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것은 뼈아프다. 국방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토대를 크게 약화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인 상태에 놓였고 중국은 물론 일본과도 동시에 깊은 갈등에 빠져 안보 환경은 더더욱 피폐해졌다.
지난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역량 강화에 깊은 두려움과 패배의식, 그리고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현상이 한미동맹의 약화로 귀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 같다. 지난 2015년 전환예정이었던 전시작전권을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무기 연기한 것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그 반증이다.
국민들은 그간 연일 드러났던 방산비리, 전작권 전환의 무기 연기, 허둥지둥 추진했던 사드 배치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성공을 대비되듯 바라봤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강고한 동맹이라 해도 한국의 경제역량이 세계 10위권을 넘나든다 할지라도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패배의식이 저변에 확산하는 시점과 맞물려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지난 60년 이상 지속돼온 국방태세를 본질적으로 재점검하고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은 전작권을 반드시 임기 내에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군도 스스로를 지킨다는 의지를 갖고 이제껏 미군에 의지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국가 전쟁전략을 구상하고 전투작전을 입안할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던져 놓은 ‘핵·미사일 정국’이라는 프레임에 빠져서는 결코 북한을 극복할 수 없다. 우리 안보논의가 사드 문제에 함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북한이 왜 핵·미사일 개발이라는 비대칭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탐지·교란·파괴·방어개념에 입각한 기존 전략 프레임도 우리의 국방역량을 증가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한국형 비대칭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유사시 미국의 도움 없이도 북한을 억제할 군사역량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기존의 방어와 수세 위주였던 전략을 과감하게 공세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보다 미사일·화약기술·정보통신(IT)·과학기술·경제력 등에서 앞선다. 이를 전략적으로 잘 결합해 활용한다면 북한도 두려워할 강군을 만들 수 있다.
그간 미군과의 합동작전을 위해 육해공으로 구분됐던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전쟁을 수행할 합참 중심의 단일체제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인력·구조·비용 등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국방부는 실제적인 문민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첨단 무기 한 대를 들여오는 것보다 오히려 기초 전투단위가 강해질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군대가 평안하게 국토방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복지와 시설을 과감히 확충해줘야 한다.
국방개혁은 대한민국의 군대가 더 이상 외세 의존적, 정치군인, 부패군대의 오명을 쓰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자부심을 가진 조직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보다 자율적이고 더욱 강해진 한국군은 보다 전향적이고 자신감 있는 대북화해 정책의 기반이 돼줄 것이다. 안정적인 경제발전의 보루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북한과 공생·공영·상호존중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고 중장기적인 통일전망을 가지게 해줄 수 있다. 새로운 한국군의 역량은 미국에 한국의 새로운 가치를 더 부가해줄 것이다. 한미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자로서 역할을 더 강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국방을 확고히 하는 새로운 자강 국방의 원년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