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험대 오른 경찰권력]대민 업무 특성상 인권침해 요소 많은데...폐쇄적 조직 문화에 개선 노력은 흐지부지

<상> 갈길 먼 인권 경찰

쇄신 위해 만든 경찰청 인권위도

과잉 진압에 반발 사퇴 잇따라





# 2015년 9월 전남 순천에서 ‘9살 아동 인질’ 사건 직후 경찰은 “피해자인 인질의 어머니 A(44)씨가 피의자와 사귀는 사이”라며 내연의 관계라고 발표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접한 A씨는 “내연의 관계라는 경찰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의했지만 이미 수백 건의 기사가 보도된 뒤였다.


# 2013년 5월 한 지방청 소속 경찰관은 벌금 미납으로 기소 중지된 B(35·여)씨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B씨 딸 C(10)의 학교를 찾았다. 교무실로 B양을 불러내 “엄마 어디 있는지, 전화번호가 몇 번인지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혼난다. 데리고 가겠다”고 다그쳤다. 충격을 받은 B양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경찰이 대전환기를 맞았다. 새 정부가 개혁 1순위로 검찰을 지목하면서 경찰은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수사권 독립에 따른 위상 강화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인권보호 경찰’로 변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하지만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볼 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숙원사업인 수사권 독립과 인권문제가 공론화된 건 20년 전부터다.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에 명운을 걸고 뛰어들었지만 검찰과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처음으로 요구하고 나섰지만 검찰이 집단 반발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됐고 2005년 노무현 정부와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수사권을 지키려는 검찰의 반대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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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문제는 당시에도 경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특히 2005년 허준영 경찰청장은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인권쇄신 방안으로 경찰청 인권센터와 인권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시위 중이던 농민 2명이 사망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입 논란으로 수사권 독립은 물 건너갔고 청장도 옷을 벗어야 했다. 10년이 지난 2015년 12월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도 여전히 수사권 독립을 기대하는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장에서 국민이 느끼는 인권 체감도다. 2001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경찰을 상대로 한 진정은 총 1만6,982건으로 구금시설 2만5,61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평균 64%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15년 1,363건이었던 진정 건수는 지난해 1,437건으로 늘었다. 특히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같은 기간 94.4%에서 56.5%로 크게 낮아졌다.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이 자진해 설립한 경찰청 인권위원회 사례도 마찬가지다. 초대 경찰 인권위원장인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위원 전원은 지난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진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총사퇴했다. 고(故) 백남기씨 사망사건이 발생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에는 경찰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같은 이유로 사퇴하기도 했다.

외부 의견을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경찰의 인권 친화적 변화를 수십 년째 가로막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엄격한 법 적용의 사례는 매우 많지만 공권력을 남용하는 경찰관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민 신뢰를 위해서라도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책무성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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