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접점 못찾는 통신비 논란]'通 모르는' 국정위, 미래부案 번번이 퇴짜..기계적 '공약 매달리기'

정책 진두지휘 하는 최민희 위원 통신분야 이력 없어

통신비 강제로 내릴 방안 없는데 연일 미래부 압박만

"국민기대 높여 놓고 미래부에 수습 떠맡겨" 쓴소리도

이개호(왼쪽 세 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국정기획위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통신비 인하 등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개호(왼쪽 세 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국정기획위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통신비 인하 등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민생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꼬이는 모습이다. 현행법상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가운데 통신 분야에서는 비(非)전문가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가 통신비 인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진전된 안이 나왔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미래부와 한 번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래부 업무보고는 이번이 세 번째로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미래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등 통신비 인하 공약을 강행하기 위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 위원장은 “여러 가지를 포함해 보편적 통신비 인하를 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시일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안 나왔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네 번째 업무보고를 하게 된 미래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래부 업무보고는 이번주 중반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비 인하 방안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사기업인 이동통신사에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본료 폐지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네 건이 계류돼 있지만 통과가 불투명하다. 기본료 폐지가 헌법 37조 2항에 명시된 기업 재산권 행사 제한에 해당한다는 해석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신기본료 폐지 관련 법안 또한 같은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해 통신요금 원가 공개라는 초강수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업무보고에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요금 원가 공개 시 기업 영업기밀 누설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관련 사안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4년 법원 2심 결정에서도 요금 원가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공개하도록 판결했기 때문에 미래부가 원가 공개 카드를 내밀기는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기본료 폐지로 실적이 악화되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데다 수익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은 다시 미래부로 넘어갔지만 네 번째 보고에서도 국정기획위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래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도매대가 인하를 통한 알뜰폰 가격경쟁력 강화, 공공 와이파이 추가 확대를 통한 요금 부담 완화, 주파수 할당 시 요금 인하 노력을 배점항목에 포함시키는 것 등이다. 어떤 방안이든 획기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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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통신비 인하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국정기획위 스텝도 갈수록 꼬이는 모습이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 업무보고 직전에 “통신요금 인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보고 직후에는 “공약 후퇴가 아닌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국정기획위의 아마추어적인 행태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에서 통신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최민희 경제2분과 위원은 주 전공이 방송·미디어로 통신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이 전무하다. 언론 분야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당초 사회분과에 소속됐다가 뒤늦게 경제2분과로 자리를 옮긴 최 위원의 통신 관련 경력은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전부다. 강현수 위원은 18대 대선 당시 미래캠프 일자리위원회에서 일한 일자리 관련 전문가이며 호원경 위원도 기초과학연구 및 연구개발(R&D) 분야 전문가다. 국정기획위가 정보통신기술(ICT) 육성에 대한 밑그림 없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기계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정기획위의 일방적 행보에 ‘완장을 찼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또한 국정기획위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통신 정책을 지휘하는 최 위원이 통신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인데다 LTE 기본료 폐지가 공약에 포함되는지를 두고도 말이 바뀌고 있어 도저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국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놓고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느낌”이라며 “진퇴양난에 처한 국정기획위가 법적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부에 전기통신사업법을 넘어선 초법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양철민·권경원·류호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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