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계부채·AI·한미FTA 등 대책 시급한데...경제부처 3인방 수장 한달간 임명안해, 文 눈밖?

국과장급 실무관료들

불만속 대책마련 혼선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주요 부처 장관급 인사가 발표되자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가계부채와 가뭄·조류인플루엔자(AI),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이 시급한데 이를 책임질 장·차관 인사가 또 늦어진 탓이다. 이들 부처의 한 간부는 “현안이 많은데도 우리 부처의 업무가 대통령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내부에 많다.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11일 문재인 정부가 조각한 18개 주요 정부부처 가운데 7개 부처의 장관급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경제부총리와 외교부 장관 인선을 발표한 데 이어 30일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사도 단행했다. 이날 교육부총리와 법무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방부까지 포함하면 11개 부처다. 아직 산업부와 농식품부·미래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통일부는 장관 인사가 안 났다. 여기에 정부 최고의 정책심의기관에 장관급 국무위원으로 참여하는 금융위원장도 사실상 공석인 상황이다.


아직 장관 인사가 나지 않은 부처는 대부분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정책으로 만드는 실무부처들이다. 산업부와 농식품부·미래부·중소기업부·복지부 등은 막대한 예산 지원을 통해 산업 진흥과 국민 삶의 질을 직접 끌어올리는 부처다. 금융 규제와 서민금융 지원을 맡은 금융위도 금융산업과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새 정부의 실무부처들에 대한 인사가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가중되며 실무를 책임지는 국·과장급 관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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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위와 농식품부·산업부 등 경제 3부처가 받아든 숙제는 무겁다. 금융위는 불어난 가계부채로 전국 부동산이 들썩이고 국민들이 소비마저 줄이는 상황을 통제하는 데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8월 종합대책을 만들라”는 지시를 했지만 장관은 이미 사표를 낸 상황. 당장 이달 중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을 ‘킹핀’인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년 더 연장할지를 결론 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는 잘못 건들면 정권이 바뀌는 수준”이라며 “장·차관 없이 해결할 수준을 넘어선 문제다”고 말했다.

가뭄과 AI로 전국의 타들어 가는 농심을 보는 농식품부도 좌불안석이다. 가뭄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한 한반도 평균 기온 상승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가 됐고 가축전염병 역시 환경부·지자체 등과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수다. 하지만 새 정부의 철학을 이행할 장·차관은 모두 공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염병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 장관의 책임감과 돌파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시한폭탄을 받아든 상태다. 2대 교역국으로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무역흑자를 내는 미국은 연일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이달 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도 산업부 장관의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산업부 내에서는 “치밀하게 준비를 해도 새로 장관이 와서 방향을 한 번에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소 인근 주민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부처 관계자는 “지역 현안은 장관이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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