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산 ‘적폐’ 없애라] 中企 300곳, 창업정책자금 4번이상 받았다

3년간 中企 창업지원프로그램

업력·매출 높을수록 신청 많아

수혜업체 되레 생산성 떨어져

GDP 0.2%P가 술술 새는 꼴



A 중소기업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 부처의 8개 중기지원사업으로 총 94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B 기업 역시 5개 부처의 31개 사업에서 모두 300억원을 탔다. 정책자금을 받아내는 ‘신공’을 발휘한 셈인데, 이런 현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뿐 아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네 번 이상 수혜를 본 기업은 무려 299개에 달했다. 한 기업이 A 부처, B 부처로부터 창업 지원을 받고 이듬해에도 같은 사업으로 C 부처 등에서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더욱이 매출액이 많을수록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자금 신청 비율이 높았으며 회사를 만든 지 20년이 넘는 업체도 정책자금을 받아가고 있다. 이들 일부는 중복수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IBK경제연구소의 ‘201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으로 최소 4,500개 안팎의 업력 20년 이상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신규 수령한 것으로 추정됐다. 10년 이상으로 잡으면 1만4,000여개 안팎(전체의 4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매출 100억원 이상 업체 가운데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9.4%였지만 10억원 미만은 6.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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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정책금융의 비효율성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포인트를 감소시킨다는 분석도 있어 나랏돈이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중기정책자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에 발을 들이면 혜택이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도 파생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지원 융자를 매년 받은 업체만도 24개, 4회 이상 받은 기업은 86개다. 정책금융을 이용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이 거꾸로 나랏돈을 까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업체의 생산성이 떨어져 GDP 0.2%포인트(2조4,770억원)를 손해 보고 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기정책지원이 무차별적·시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관별 유사기능은 정비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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