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운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저력을 발휘하며 업황 개선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호황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완연하게 개선된 분위기 속에서 쪼그라들기만 하던 일감(수주잔량)도 다시 채우고 있다.
12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 1~5월 기준 전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65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이 가운데 3분의1가량인 207만CGT를 국내 조선소가 수주했다. 1~4월 누적 기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섰지만 초대형유조선(VLCC) 중심으로 발주가 집중됐던 5월 한 달간 국내 조선소들이 전체 발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5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CGT로, 한국은 79만CGT를 수주했다.
확보한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도 2015년 5월 말 이후 순감을 지속하다가 2년 만에 전월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4월 말 1,734만CGT에서 5월 말 1,749만CGT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 잔량이 늘어나면서 중국·일본·한국 순이던 수주잔량 순위도 중국·한국·일본으로 바뀌었다. 연초 17년 만에 수주잔량 순위에서 일본에 역전된 지 6개월여 만에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처럼 한국 조선소들이 신규 수주와 수주잔량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신조 선박 발주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로 발주가 쏠린 것은 선주사들이 가격 대비 기술력이 뛰어난 곳에 발주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업황 개선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들이 업황 개선 흐름의 수혜를 봤다”면서 “이런 온기가 중국 등 전 세계 조선업계로 서서히 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1~5월 누적 발주량 653만CGT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588만CGT보다 11.1% 늘어난 수치다. 5월 한 달간 발주량 166만CGT도 전년 동기의 132만CGT보다 25.8% 늘었다.
바닥 모른 채 하락하던 선가도 드디어 반등에 성공했다. 클락슨이 파악한 VLCC 1척 가격은 8,050만달러로 2014년 5월 이후 3년 만에 상승했다. 그간 하락 폭에 비하면 상승 폭이 미미하지만 업계는 이를 ‘바닥을 다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속도감 있게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개선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부진했던 업황에 대한 기저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재영·김우보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