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의 금호 상표권 사용료 요율과 의무사용 기간 재조정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면서 산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산은 등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12일 오후 회의를 열고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다시 열어 금호 상표권을 기존 5+15년 사용, 더블스타가 원할 때 해지, 요율 매출액 대비 0.2% 조건을 재의결하고 16일까지 통보하라고 압박했다.
산은은 이를 위해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원에 대해 매각 종료시한인 9월까지 임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당장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산은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는 역할을 도맡아 하겠다는 것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 등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무산된다. 이렇게 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쥔 박 회장에게 인수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산은은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에 해당하는 더블스타에 어떤 식으로든 매각을 하려는 것이다. 재매각을 통해 매각대금이 급감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본지 6월12일자 11면 참조
박 회장이 산은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면서 산은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은 박 회장이 끝까지 상표권 사용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대출만기 연장 불가나 경영권 박탈 가능성도 흘리고 있다. 산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은이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직접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채권단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호타이어가 870억원 규모로 금융권과 맺은 한도대출을 축소하거나 일시정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이 현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2,900억원의 만기 연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대안으로 국내 채권단에 제공하는 한도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이날 회의 후 결국 매각 무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채권단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에서 거래 종결을 위해 노력해본다고 하지만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다만 산은의 요구와 관련해 “상표권 수정안을 의결할 당시 이사회에서 0.8%, 1.0%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더블스타가) 쓰고 싶을 때 쓰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게 맞느냐”며 반발했다.
대리점주들은 이날 시위를 열고 “쌍용차 인수사례에서 보듯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핵심기술만 빼가고 국내 공장 등 자산을 정리해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는 산은은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회사와 대리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입각해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록기자·조권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