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붉은 도로·멜로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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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도시인 두바이는 빠른 경제 성장 못지않게 급증하는 교통사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두바이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94명으로 인구가 비슷한 우리나라 대전시(132명)의 2.3배에 달한다. 두바이의 교통사고가 많은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데다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도로는 건널목이나 신호등이 갖춰진 지선도로보다는 고속도로 형태의 간선도로 위주로 돼 있다 보니 과속에 따른 대형사고가 잦다.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두바이 당국이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았다. 두바이 도로교통청은 외곽의 우드메타로(路) 일부 구간에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페인트칠을 한 ‘붉은 도로’를 등장시켰다. 제한속도가 시속 100㎞에서 80㎞로 줄어드는 지점에서 운전자가 눈으로 쉽게 알아보고 속도를 줄이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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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통사고는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이에 따라 나라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도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다. 다만 방식이 두바이와는 좀 다르다. 두바이가 시각적 효과로 교통사고 줄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면 일본은 청각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시베쓰시는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멜로디 도로’를 선보였다. 자동차가 일정 속도로 달리면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들리도록 한 것이다. 이는 도로 노면에 3~6mm 깊이의 홈을 배열한 뒤 자동차가 이 위를 달리면 타이어 마찰 때문에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음악도로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청원~상주 고속도로, 강원랜드 부근의 도로 등을 지나면 ‘비행기’ ‘자전거’ ‘산 위에서 부는 바람’ 등의 동요가 나온다. 음악을 잘 듣기 위해서는 지정 속도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음악도로는 안전 운전과 졸음 방지 효과가 있다. 타이어가 내는 신기한 음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광자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래저래 전국 곳곳에 음악도로가 늘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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