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안아키 카페의 ‘자연치유법’에 대해 “가짜뉴스보다도 더 심각한 사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관심을 끈다.
의협은 지난달 30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자연치유의 허와 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안아키 카페와 자연치유법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의협 산하 학술단체인 대한감염학회의 엄중식 학술위원(가천대길병원)과 이재갑 신종감염병 특임이사(한림대강남성심병원)가 발표자로 나섰다.
엄중식 학술위원은 “자연치유법은 백신이 발견되기 이전인 1800년대에 유행했던 치료법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적용하자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불과하다”라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의료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이므로 가짜뉴스보다도 죄질이 더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엄 위원은 “예를 들어 수두에 걸린 아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면역력이 약한 노인·임산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안아키 카페가 주장하고 있는 치료법에 조금이라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면 의학적 견해를 내세워 비판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지조차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백신 유해론’이 악영향을 미친 해외 사례를 설명했다.
영국의 소화기내과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1998년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에 실어 ‘백신 유해론’에 큰 영향을 줬으나, 이후 이 논문의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면서 2010년 논문이 철회되고 의사면허도 박탈됐다.
이재갑 특임이사는 “이 논문이 발표된 이후 영국에서 MMR 백신 접종률이 80%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홍역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안아키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수두 파티’처럼 백신을 맞지 않고 각종 바이러스에 일부러 감염시켰다가 자연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치료법에 대해 경고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안아키 카페가 주장하고 있는 ‘예방접종 안 하기’·‘고열 소아 방치’·‘간장으로 코(비강) 세척’·‘화상에 온수 목욕’·‘아토피에 햇볕 쬐기’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절대로 따라 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녀가 예방접종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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