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험대 오른 경찰권력] 집회대응 강경 → 유연...정권 따라 오락가락

<중>자충수된 코드맞추기

정권 눈치보기에 신뢰 못얻어

불법 폭력시위 건당 처벌 인원

盧정부 18명...MB·朴은 30명

정치적 중립·독립성 확보 시급



“인권단체가 참여하는 경찰제도개선위원회와 인권보호시민참관단을 운영하겠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최기문 경찰청장)

“최루탄은 다수에게 불편을 주지만 최루액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적절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


과거 진보정권과 보수정권 당시 경찰청장들이 수사나 집회와 관련해 한 발언들이다. 같은 정부조직의 수장이 한 말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온도 차가 크다. 경찰이 그동안 정부 권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국민 치안관리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권력의 지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권력의 코드에 따라 경찰 권력이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집회·시위 관리다. 그동안 경찰은 정권 교체기를 기점으로 집회·시위 관리 기조를 바꿔왔다. 역대 경찰 수뇌부들이 집회·시위 대응방침을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용 도구’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폭력시위 건당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정권별로 노무현 정부 18.6명, 이명박 정부 30.2명, 박근혜 정부 30.5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법은 그대로인데 경찰의 적용 기준이 수시로 달라지다 보니 처벌자 수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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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스스로도 정권 코드에 따른 경찰 권력의 정치화를 지적하고 있다. 경찰인권센터가 지난해 전·현직 경찰 가운데 페이스북 회원 1,746명을 대상으로 역대 최악의 경찰청장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6%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8월부터 2년간 경찰청장을 맡았던 강신명 전 청장을 꼽았다. ‘재임 중 지나치게 정권을 의식했다’는 이유에서다. 강 전 청장은 2015년 11월 시위 도중 살수차 진압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경찰청장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는 역대 경찰청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운 두 번째 청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군부독재 시절은 물론 문민정부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적 행태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2000년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당시 강압 수사에 대해 “당시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와 인권 중심 수사 원칙을 준수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2014년 5월에는 진주경찰서장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당시 진주 비봉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 중 무고한 시민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010년에는 양천경찰서에서 피의자를 고문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관 5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시민사회는 이런 행태를 보여온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백남기투쟁본부 등 34개 시민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경찰의 태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인권 친화적 경찰은 공권력 행사의 기본일 뿐 수사권과 거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코드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하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해서는 국민적 신뢰는 물론 수사권 확보도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치안 업무는 정권의 변화나 지도부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며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통해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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