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속도 조절 필요한 정책이 통신비 인하 뿐이겠는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고집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12일 “통신비 인하는 국민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면서 “성급한 결정을 내려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결론에 얽매여 현장감각과 다르게 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강공 드라이브 일변도였던 통신비 인하정책에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최종 결과야 지켜봐야겠지만 국정기획위가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고 시장 혼선도 최소화하는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는 일찍이 강제적인 통신비 인하는 시장경제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것이자 정부의 월권행위라고 지적해왔다. 오죽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초법적 행위를 우려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겠는가. 이런 와중에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을 폭리나 취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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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논란을 빚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이 거론되자 면박을 주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면 성역이라도 되는 양 거세게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정부가 주창하는 든든한 복지든 공정경제든 마찬가지다. 어느 일방의 입장만 듣거나 정부 의지만 앞세운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가 정의로울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새 정부는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또 다른 불공정성 문제를 키우고 있지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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