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농산물 수급안정 '파종'부터 시작을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필자의 중요한 아침 일과 중 하나는 농산물의 가격 동향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주요 농산물 20여품목 중 절반 정도는 평년 대비 30% 이상의 등락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큰 폭의 등락은 농업인과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청양고추 재배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우던 농작물을 스스로 폐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만~15만원에 거래되던 청양고추 한 상자(10㎏)의 가격이 20% 수준인 2만원대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재배 면적이 30%가량 늘며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소비는 오히려 줄어 가격 지지를 위해 가슴 아픈 선택을 한 것이다.

청양고추뿐만이 아니다. 과거 양파가 풍작이었을 때는 저장시설이 부족해 도로에 양파를 산처럼 쌓아놓는가 하면 배추가 남아돌아 밭을 갈아엎는 일이 반복됐다. 반면에 재배농가가 줄어 농산물 가격이 올라도 농가는 출하할 작물이 없어 한숨이고 소비자는 높아진 농산물 가격에 울상을 짓게 된다.


이처럼 그해 수익이 높았던 특정 작물로의 재배 쏠림 현상으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농산물 수급 조절은 수확 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흉년이 들면 비축물량을 방출하거나 수입하고 풍년이 들면 시장격리를 하거나 소비 촉진 행사를 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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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이러한 사후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지난 5월부터 적극적인 사전적 수급 조절에 나섰다. 파종 단계부터 공급량과 수요량을 예측해 적정 생산 면적과 수량을 산출하고 생산량 예측정보를 산지에 제공해 농업인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전적 수급 조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정 생산량 산출을 위한 정확한 농업 관측이 필수적이라는 판단하에 산지의 동향을 조사·분석하는 전담조직인 원예관측정보팀을 신설하고 지역농협에 산지모니터링 요원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업무협약을 맺고 두 기관의 빅데이터와 예측 시스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예측한 수급 동향을 농업인과 산지 유통인에게 전달해 자율적으로 수급 조절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주산지협의체·품목별전국협의회와 협력해 사전적 면적 조절, 출하 시기 조절도 함께 전개할 것이다. 올해는 배추와 무·풋고추 등 3개 품목에 대해 먼저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마늘과 양파 등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파종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추진된 농산물 수급 조절로 농업인은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소비자인 국민은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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