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기업들이 모하비 사막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고, 기술도 점점 더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다. DIY 우주여행은 언제나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북미 대륙의 가장 건조한 사막에 세워진 특징 없는 건물들 내부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들이 모여 있다. 이 곳에서 폭발은 일상적이고, 과학은 복잡하기만 하다. 지적 능력과 포부는 크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모두 17개의 신생기업으로 이뤄진 이 집단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북동부 방향으로 90마일 떨어진 모하비 항공우주항(the Mojave Air and Space Port)에서 달을 향해-그리고 그 너머로까지-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휴대폰 크기의 차세대 위성 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부품과 엔진, 자재, 로켓 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런 소위 뉴 스페이스 New Space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사막에 있던 과거 군사기지 주변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모하비 사막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다. 폭발과 연소를 용인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 공항에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달려있다: 우리는 아침으로 폭발을 먹는다(We eat explosions for breakfast). 우주에 도달하려는 기업들에겐 이상적인 지리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럭스 리서치 Lux Research의 항공우주부문 전문가 마르크 뷩거 Mark B?nger는 “모하비 사막은 우주 탐험 분야의 실리콘밸리”라고 설명했다. 모하비 사막뿐만 아니라 시애틀, 투손, 실리콘밸리 자체에서도 우주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베세머 벤처스 Bessemer Ventures의 수닐 나가라지 Sunil Nagaraj는 “2017년은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 기업들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우주 사업은 그 규모가 엄청나고 비용이 막대해 정부, 혹은 정부와 손잡은 거대 기업들만이 착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간 주요 억만장자들-일론 머스크 Elon Musk, 제프 베저스 Jeff Bezos,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을 떠올릴 수 있다-이 처음엔 별난 취미 정도로 치부됐던 프로젝트를 앞세워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젠 그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3세대 붐이 일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소기업들이 민간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면서 특별한 자원이 없는 신생기업들도 이젠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많은 요인들 덕분에 우주 사업은 더욱 저렴해졌다.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기기의 소형화, 더 강하면서 가벼운 소재의 개발, 더욱 발전한 공학기술, 소형 위성 제작과 대규모 발사에 용이한 새로운 기준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과거엔 무게 3톤, 2층 높이의 전통적인 저지구궤도 위성을 제작하는데 수천만 달러가 들었다. 현재는 22~220파운드 무게의 ‘마이크로 위성’과 심지어 22파운드도 안 나가는 ‘나노 위성’도 있다. 큐브샛 Cubesat이라 불리는 2파운드짜리 위성은 주먹 만하고, 제작비도 10만 달러가 채 안든다. 현재 60여 개 기업이 큐브샛을 판매하고 있어 작은 국가나 기업들도 정밀 농업, 기름유출 관찰, 보안 시스템 등에 소형 위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우주 투자전문 조사기업 타우리 그룹 Tauri Group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우주 사업에 뛰어들어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온 기업 115곳 중 84곳은 현재 위성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이 기업들이 발사한 마이크로 위성이 100개에 달했다(2011년에는 25개에 불과했다). 타우리 그룹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2,400개의 나노 위성 및 마이크로 위성이 발사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타우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주 기업에 쏟아 부은 벤처캐피털의 투자액은 82억 달러에 달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로켓과 위성 사업에 투자됐다.
모하비 사막은 억만장자, 과학자, 판매업체,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오아시스로 부상해왔다. CEO 조지 화이트사이즈 George Whitesides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 Virgin Galactic은 추진체 및 준궤도 비행체의 제작과 시험에 500명을 투입하고 있다. 폴 앨런 Paul Allen이 운영하는 벌컨 에어로스페이스 Vulcan Aerospace도 대규모 스트래토론치 Stratolaunch 항공기 제작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나사 직원들 역시 기술 및 상업용 우주 파트너를 찾기 위해 모하비 사막을 훑고 다니고 있다. 엑스코어 XCOR나 마스텐 스페이스 시스템스 Masten Space Systems 같은 중소기업이 쏘아 올린 로켓은 가볍고,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조립돼 우주비행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놓았다. 그리고 이 같은 모든 활동들은 더 작은 부분에서도 파급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항공전문학교는 물론, 공업용 코팅부터 재무 서비스, 운동시설 같은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판매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기폭제가 된 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저스 같은 기업인들의 막강한 자금력과 자신감이었다. 그 대열에는 닷컴 기업가 나빈 자인 Naveen Jain과 호텔 거물 로버트 비글로 Robert Bigelow도 포함되어 있다(두 사람은 벤처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 외에도 구글 엑스 프라이즈 Google XPrize 같은 경진대회를 지원해왔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 SpaceX는 로켓 비용 수천만 달러를 절감해 나사와 16억 달러 규모의 계약-12개의 화물 로켓을 국제우주 정거장에 보내는 사업-을 체결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베저스는 현재 각각 화성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이 깁슨 Jay Gibson 엑스코어 CEO는 “그들은 우주산업 부활의 주요 마중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빈 자인이 지원하는 문 익스프레스 Moon Express는 올해 말 처음으로 달 비행을 감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구글의 루나 엑스프라이즈 Lunar XPrize-로봇 비행기를 달에 가장 먼저 착륙시키고, 여러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기업에 상금 2,000만 달러를 제공한다-에서 경합을 벌이게 된다. 문 익스프레스는 달에 착륙해 질소와 수소 외에도 철광석, 무기질, 귀금속을 채굴해 올 계획이다. 달은 우주선이 더 먼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연료 창고가 될 수 있다는 게 자인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가들은 인류의 생존 궤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달은 정말 살기 좋은 8번째 대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는 현실이다. 우주연구소(the Space Studies Institute) 소장이자 우주산업 전문가인 게리 허드슨 Gary Hudson은 “딴죽이나 거는 노인의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항상 올해는 성사될 거라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래 걸릴 것이다. 계획을 망치면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도 모하비 사막에 있는 12인 기업 인터오비털 시스템스 Interorbital Systems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공동설립자 로더릭 밀리론 Roderick Milliron과 란다 밀리론 Randa Milliron은 나중에 달에서 살겠다는 것을 목표로 20년 전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오비털은 현재 위성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위성 137개를 우주비행 규모에 따라 크기 조절이 가능한 모듈식 로켓에 탑재해 발사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위성과 로켓 판매, 우주시험비행 등을 통해 올린 매출은 회사가 올해 로켓 달 착륙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담당 팀이 루나 엑스프라이즈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우주 기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는 기술개발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인기가 스며들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모하비 메이커스 Mojave Makers라 불리는 해커 공간에선 개인들이 3D프린터로 로켓 모터를 찍어낼 수 있다. 베세머 나가라지는 “이전 세대가 컴퓨터를 만지작거렸다면 이제 사람들은 우주에 손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NNIFER ALS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