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말 범부처 정례회의 자리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통계청 측이 “우리가 추산한 농가 수가 109만가구, 농식품부에 등록한 사람이 159만가구로 약 50만가구나 차이가 난다”며 “제대로 점검을 해 오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농식품부 측은 “통계에 오류가 없다”고 맞섰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논쟁은 흐지부지됐다.
통계청이 2015년 실시한 농림어업 총조사에서는 농가 수가 108만9,000가구인 반면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업경영체 등록 서비스에 등록된 농가는 2015년 기준 158만9,795가구로 차이가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정책 전문가는 “통계청 추계가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농식품부가 추산한 농가 수가 과대 추계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농업예산·보조금을 받으려면 농식품부 주관 농업경영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며 “농가당 상한액 규정 등이 있으므로 한지붕에 사는 가족이 한 농가로 등록을 하면 정부로부터 받는 돈이 적어질 수 있어 가족을 쪼개서 등록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집에 사는 남편, 아내, 두 자녀 등이 한 농가로 등록하지 않고 각자 4개의 개별 농가로 등록해 정부 예산 수령액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도시에 살면서 실제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지방에 농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등록하는 사람도 상당하다”며 “미국에서도 이런 ‘가족 쪼개기’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현실화하고 있는데 우리도 농가 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농업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농업 예산 부정수급, 중복지원 등 누수 문제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림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것은 2013년 200건 이상, 2014년 69건, 2015년 12건이었다. 지난해는 한 건인데 수사 중인 것이 유죄가 확정되면 늘어날 수 있다. 건수는 줄고 있지만 건당 부정수급 규모는 커지고 있다. 건당 적발 규모를 보면 2013년 2,100만원(건수를 200건으로 추산)에 불과했지만 2014년 3,900만원, 2015년 9,170만원, 지난해 7억원이다. 이는 보조금 사업 수가 너무 많고 규모도 큰 데 반해 그동안 관리 인프라가 잘 안 갖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부 소관 국고보조금 사업 수는 107개(민간·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모두 포함)에 달했다. 전체 국고보조금 사업 (1,121개) 열 중 하나(9.5%)는 농업 관련이었다. 전 부처 중 보건복지부(165개), 문화체육관광부(108개) 다음으로 많았다. 액수도 6조3,086억원으로 전체 보조금 규모(59조6,222억원)의 10.6%를 담당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련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올해 초 부정수급자 명단을 공개하고 과징금을 최대 5배 확대했다. 7월부터는 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해 세금계산서 등 거래 증빙을 확인한 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단 보조금을 지급하고 사후에 영수증 등을 통해 증빙해 허위로 영수증을 떼어 부정수급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먼저 전자세금계산서·계좌이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자금이 집행되기 때문에 부정수급이 상당수 예방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