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상조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몰아치듯 안해”...재벌개혁 방안 내주 발표

"국회에 공정위 복수 안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할 것"

"시민단체, 교수 스타일 버리고 '을'의 자세로 국회와 논의할 것"

"공정위 행정력, 법률 개정 다양한 방법으로 공정한 시장 경제 만들어야"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은 기업과 관련된 일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검찰개혁처럼 기업을 몰아치듯 개혁 할 수 없다”며 “국회가 개혁입법을 빨리 처리 시켜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정교한 실태조사와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고 예측 가능성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취임식에서는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가맹점·하도급사업자 등 ‘을’을 위한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며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 기업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오셨는데 청문회 답변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자사주 의결권 교환 문제 등 불확실성을 키운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국회의 요구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 표현을 안 할 건지, 국회와 얘기하면서 돌파할 것인지 입장 말씀 부탁드린다.

△국회와 협의하는 게 제가 하는 일 중 가장 어려울 것이다. 교수나 시민단체 차원의 자유로운 신분일 때 정책 제안을 하던 걸 지금 자리에서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각각 법률 개정 사안에 대해 이미 다양한 의견 제시돼 있기 때문에 공정위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단수의 안을 제안하기보다 복수의 안을 준비할 것이다. 공정위의 의견을 국회에서 합의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다. 쟁점이 뜨거워서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 못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복수의 안을 만드는 것보다는 전문가와 여야의 국회의원 몇 분을 모셔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안을 좁힌 뒤 상임위에서 협의할 생각이다.

솔직히 법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 중요하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시민 단체나 교수 시절처럼 말이 빨라지거나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줄여갈 것이다.

- 임명되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위원장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 풀어나갈 복안이 있나.

△정말로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적합이든 부적합이든 정무위 차원의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는 모양새로 가는 걸 희망을 했지만 임명이 강행됐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 역시 이번 일로 고충을 겪어야 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제가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서 정의당에 심상정 의원께서 연락하셔서 하신 첫마디가 “이제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말이었다. 제가 말하는 스타일이 단정적이고 확신이 차서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제는 공정위원장으로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성실하게 준비를 해서 의원들을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꾸준히 진행을 하겠다. 진정성 있은 모습으로 ‘을’의 자세로 의원들을 모시겠다.


- 취임사에서 ‘경쟁’을 보호하는 것과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는 양자의 괴리가 크다고 말씀하셨다. 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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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주로 얘기가 되는 공정위 책무 상당 부분은 좁은 의미의 경쟁정책이 아니라 기업간 거래, 특히 불공정거래에서 불리는 영역이 더 많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해야 한다는 좁은 의미의 경쟁법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더 큰 문제고 공정위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간 거래는 크건 작건 간에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대등한 관계라는 전제가 성립이 안돼 갑을 관계가 생긴다.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 아니고 협상력에 큰 격차가 있는 갑을 간에 거래가 이뤄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 우리가 가진 하도급법, 대리점법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을’들이 제기하는 민원을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난리를 치면서 김상조를 앉혀놨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면 모든 책임을 제가 질 수밖에 없다.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공정위가 가진 행정력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건 할 건데 그걸로 안되는 건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상정된 법률안 포함해서 의견들을 보완하는 걸 열심히 하겠다.

- 대통령이 당부하신 말씀 없으셨나. 또 법 개정 이외에 내용 말고도 그 외에 위원장이 생각했던 걸 바탕으로 해서 내부 규정 강화를 해서 최우선 중점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대통령께서 장하성 정책실장과 잘 협의해서 연구하고 집행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어떤 개혁이 기업들을 옥죄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 대통령께는 이런 말씀 드렸다. 새 정부 출범한지 한달여 지났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검찰 개혁이 국민들이 보기 시원하게 간다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당부가 있다고 말씀드리면서...재벌 개혁은 검찰 개혁처럼 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들이 많고, 기업을 몰아치듯이 개혁을 해나갈 수는 없다. 국회 상황이 개혁 입법을 빨리 통과시켜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금융위 간의 협조 체계를 통해서 정교한 실태조사와 그걸 기초로 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예측 가능한 게 재벌 개혁이라고 말씀드렸다. 기업 개혁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 사실은 공정위원장으로 해야 할 일 개략적으로 2개로 나누면 재벌개혁과 갑을 관계 해소다. 지명 됐을 때부터 갑을 관계 문제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정위가 가진 행정력, 관련 규정, 공정위 소관의 하위 법령을 개선하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많이 얘기 했다. 의도적으로 재벌 개혁은 얘기를 안했다. 김상조를 잘 아시는 분들은 제가 가진 생각 많이 알고 계셔서 얘기를 안했다.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 주 초에 정교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기자들과 이야기하겠다. 대통령 공약도 그렇고 제가 자주 언급했던 것. 경제력 집중이다. 동일한 잣대로 동일한 대상으로 놓고 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10대 그룹, 4대 그룹에 집중하겠다고 표현한 적 있다.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 현실화할 건지를 다음주부터 얘기할 것. 4대 그룹을 찍어서 몰아치는 방식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갈 수가 없다.

갑을 관계 관련 법률도 개정하기 어려운데 4대 재벌 관련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제하는 건 아니다. 여러가지 제도와 관련해서 이미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 있고 공정위가 안해도 의원들이 이미 법안을 상정했다. 그런 법률 재개정 작업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몇 개의 법률이 통과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 기업집단국 신설 등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공정위만 조직을 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설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 하면 행정자치부에서 대통령 관심사항이 그것 말고도 굉장히 많다고 이야기 한다. 내용도 있고 어떤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들이 기대할 만큼 될 거라고 기대 안한다. 기대하는 것에 반이나 되면 다행이다. 그런 심정이다. 제가 어떤 부서, 무슨 과를 어떻게 말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 행자부랑 협의를 안하면 희망사항일뿐이다. 국정자문위에서도 논의가 되고 행자부와도 협의를 하고 있는데 노력할 것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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