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15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취약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협의체를 구성하는 부처의 면면이다. 협의체의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장관급 부처를 제외할 때 국책금융기관 2곳이 협의체에 포함됐지만 정작 중소기업 생태계를 관장하는 중소기업청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협의체는 업종 특성 등을 감안해 총 3개 트랙을 마련했는데 눈에 띄는 중소기업 관련 대책은 ‘중기 신속지원 프로그램’뿐이다. 일시적 자금 애로를 겪고 있는 정상 중소기업에 △신규여신 △만기연장 △금리인하 등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때마다 중소기업에 관한 한 한계기업과 정상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여신 축소에 나서고 있어 실효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산업 구조조정은 늘 대마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게임이었다. 1997년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1999년 반도체산업 구조조정은 ‘빅딜’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 소속 기업들의 ‘기브앤테이크(주고받기)’였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책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많은 중소기업이 사라져갔다. 과거 재벌 주도 경제성장의 관성이 낳은 결과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은 기반산업의 존폐가 달린 국가적 대계이고 대마 위주의 관성적 사고가 이뤄져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정책 집행기관인 중기청이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정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해도 먹힐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업계는 ‘중소기업 경제’를 표방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금부터의 산업 구조조정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관 부처로 승격한 중소벤처기업부가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다.
일단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휘두를 수 있는 무기는 주어졌다. 5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부로부터 산업인력·지역산업·기업협력 업무를 가져왔다. 과거 기업정책만 전담하던 청 단위 기관에서 산업정책을 펼칠 수 있는 외연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또 금융위로부터는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가져와 금융정책을 위한 무기도 손에 쥐게 됐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과거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기청이 할 수 있었던 역할이 중소기업계 입장 전달이나 보조금의 선별적 배분 등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