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코리안 파이어 누들 챌린지(Korean Fire Noodle Challenge)’가 화제이다. 삼양식품에서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먹은 뒤 매운맛을 참아내는 장면을 온라인 동영상으로 올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누적조회수가 수백만건에 달할 정도다.
불닭볶음면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 이슬람교 국가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이다. 불닭볶음면의 성공 스토리는 할랄 수출의 모범적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4월 국내에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2015년까지 수출량이 미미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했고 ‘미고렝’ 등 볶음면류를 즐기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 대한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처음 수출할 당시에는 할랄인증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현지에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불닭볶음면이 관심을 얻자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서 발급하는 국내 할랄인증을 받았다. KMF 할랄인증은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유명 할랄인증 업체 자킴(JAKIM)과 동등한 효력을 얻을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적격성을 부여 받지 못해 포장지 겉면에 할랄인증을 표시할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실상 할랄인증을 받지 못한 것과 다름없었던 것.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할랄효력과 동일하다는 점을 알렸고 현재는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 무이(MUI)의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이 덕분에 불닭볶음면 등 불닭 브랜드 6종의 동남아 수출액은 2015년 65억원에서 지난해 27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할랄인증에 집착하기보다는 시장조사에 더 충실했으며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면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의 수출량이 적었을 때는 할랄인증 필요성이 없었고 현지 시장에 초기 정착하면서 할랄 필요성이 생겨 현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할랄인증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할랄 수출 관련 전문가들은 할랄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삼양식품처럼 초기 시장조사와 안착이 할랄인증보다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병용 한국할랄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할랄인증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식품·화장품 수출기업이라면 이보다는 시장조사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할랄인증은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며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은 옵션 가운데 하나 정도로 여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