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원자력과 화력발전 중심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허술한 사업관리로 허공에 날린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예산만도 최근 3년간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따지기 전에 이 같은 예산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경제신문과 나라살림연구소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원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사업 중 중단·실패한 과제는 93건, 금액으로는 약 2,518억원에 달했다. 2017년 예산안(약 2,056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로 1년치 예산을 3년 만에 모두 까먹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신기술인 만큼 실패 확률이 높을 수 있지만 수준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예결위도 “중단 또는 실패한 과제의 연구개발비가 과도하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랏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은 ‘묻지마 예산’ 관행 탓이다. 에너지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을 보지 않고 친환경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에 함몰된 결과”라고 전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농업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보호·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다 보니 5년간 7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이마저도 소비량이 줄어드는 쌀에만 30%가 집중되고 있다.
해외농업개발 사업의 경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500억원을 집중 투입했지만 국내 반입실적(반입량)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가족 쪼개기’를 통한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농업에는 아직도 양잠 지원사업이 존재할 정도로 정부가 농민단체와 농민의 눈치만 보지 않는다면 큰 규모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며 “에너지도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과 맞지 않는 석탄 지원 예산 등을 더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