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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재산싸움으로 변질된 ‘성년후견제도’, 보완점은?

‘추적60분’ 재산싸움으로 변질된 ‘성년후견제도’, 보완점은?




14일 방송되는 KBS2 ‘추적60분’에서는 ‘나를 지켜주세요 - 성년후견제도의 함정’ 편이 전파를 탄다.


*성년후견제도: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2013년 7월 도입. 성년후견인으로 선정되면 피후견인의 신상 보호뿐 아니라 재산권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법정대리인 자격을 갖게 됨.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는 제도가 있다. 올해로 시행 4년 차에 접어드는 ‘성년후견제도’이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년후견제도가 재산 다툼의 도구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치매노인 100만 시대, 과연 노년의 행복할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 65억 금괴와 사라진 노모 - 재산다툼으로 멍드는 성년후견제도

화재가 난 집안에서 금괴 130여 개가 발견됐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그대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가족들 중 누구 한 사람도 몰랐던 막대한 자산. 리모델링 공사 중에 금괴를 훔친 인테리어 업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일명 ‘65억 금괴 사건’이다. 검거 당시 범인이 보관하고 있던 금괴 40개는 상속자인 어머니가 수령해 가면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 <추적 60분>팀으로 막내아들 이상균(가명) 씨가 찾아왔다. 그날 이후, 어머니와 누나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 이 씨가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를 만난 곳은 어느 노인전문요양병원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종적을 감춘 노모. 이에 이 씨와 다른 형제들은 노모를 보호하기 위해 성년후견개시를 청구하게 되는데.

형제들은 성년후견 재판이 아버지가 남긴 유산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거라 주장을 한다. 89세 고령의 어머니가 가진 것은 금괴 40개뿐만이 아니었던 것! 100억 원 상당의 유산과 학교법인의 이사장까지 역임하고 있다는 어머니. 누나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는 방법은 성년후견인 뿐이라는 막내 이상균(가명) 씨, 그리고 성년후견인을 반대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본인이 돼야 한다는 누나. 과연 성년후견인은 가족간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폐허가 된 집 모양이 저희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하고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런데도 내가 어머니 돈을 뺏으려고 성년후견인을 하겠습니까?”

- 막내아들 이상균(가명) 씨 -

“어머니를 여기(요양병원)에 데려다 놓고 신판 고려장 아니냐. 제가 볼 때는 아들도 잘 못이 있고 딸도 잘 못이 있어요. 다 욕심 때문에 그런 거죠.”

- 지인 김성호(가명) 씨 -

▲ 기본권 박탈인가 vs 보호인가 - 성년후견제도의 구멍

명문여대 약사 출신의 최순덕(가명, 83세) 씨는 70대 후반의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젊은 시절 15억 원의 자산을 모으며 우아한 노년을 꿈꿨던 최 씨. 하지만 이제는 같이 사는 넷째 딸과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집앞 산책도 쉽지 않아졌다. 현재 성년후견재판을 받는 중인 최 씨. 둘째와 셋째 딸이 엄마의 재산권을 보호하겠다며 최 씨를 상대로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씨 측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도가 오히려 엄마의 권리를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치매에 걸린 최 씨는 재산 관리를 금융회사에 맡기는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시동생을 지정했다. 하지만 매달 생활비를 대신 찾아 송금해주어야할 지급청구대리인이 약속을 어기면서 카드 연체 독촉 문자를 받기도 했었던 최 씨. 이런 상황에서 성년후견인까지 개시되면 법적으로 사망상태나 다름없어진다는 것이 최 씨 측 변호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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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최 씨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 걸까. 치매 진단을 받고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던 2012년, 최 씨가 쓴 과거 일기장과 자매들이 주고받은 편지, 친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모가 진정 원했던 노년의 삶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후견인이 불필요한 것을 굳이 후견인 결정을 해서 어머님은 변호사를 선임할 법정 능력이 없어지거든요. 법적으로 어머님은 사망상태나 마찬가지가 돼버렸는데...”

- 넷째 딸 측 변호사 -

▲ 친족 아닌 전문가 후견인은 문제없나

성년후견제도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작년 2월, 94세 고령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부터였다. ‘형제의 난’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 그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성년후견! 최근 대법원은 재산관리에 한해 한정후견 확정 판결을 내리며 전문가 후견인을 지정했다. 이렇게 가족 간의 다툼이 클 때 법원은 친족이 아닌 제 3자인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한다. 변호사와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를 통해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와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것.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떻게 적용이 되고 있을까. 앞서 최순덕(가명) 씨의 경우, 재판 중 임시로 지정된 전문가 후견인(법무사)이 재산 관리와 면접교섭권 등을 맡게 됐지만, 가족 간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데. 지난 3년간 성년후견인 신청 사건 1000건을 분석한 김성우 판사와 전문가 후견인으로 일하고 있는 변호사,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전문가 후견인 두 명이 차례로 재산을 관리했다는 서영화(가명) 씨의 사례를 통해, 현재 시행중인 전문가 후견의 빈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 준비된 미래설계, 임의후견제도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아들에게 생활비를 뺏긴 박금희(가명) 할머니는 자신의 노후를 지켜달라며 한 노인보호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들의 상의 끝에 오랜 시간 간호조무사로 요양원에서 근무해 온 후견인과 임의후견계약을 체결한 박 씨. ‘임의후견’은 치매초기 등 본인의 판단력이 온전할 때 미래를 대비해 자신이 직접 원하는 후견인, 감독관 등과 계약을 맺고 원하는 삶을 설계하는 후견제도이다.

지난 2015년, 일본에서도 치매를 대비한 임의후견계약이 1만 건을 돌파했다. 피후견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후견인이 권리를 대리하며 생기는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최근 남편과 사별한 후 박 할머니는 더 이상 돌봐줄 사람도 없이 치매 증상이 심해졌다. 법원을 통해 박 할머니의 임의후견계약을 개시하려한 담당 변호사. 그러나 까다로운 절차와 한번 후견을 개시하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번복이 어렵다는 부담감 때문에 후견인은 임의후견개시를 앞두고 망설이게 되는데. 박 할머니의 노후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임의후견’은 법원에 접수된 후견(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신청 중에서도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식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임의후견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보완할 점을 살펴본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듭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성년후견제도는 나의 제도입니다. 남의 제도가 아니고요.”

- 소순무 변호사/ 성년후견협회 회장 -

점차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 이번 주 <추적 60분>은 노년의 행복할 권리를 위해 시행 4년이 돼가는 성년후견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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