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금기를 깨고 내 욕구에만 귀 기울이는 작품입니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트랜스섹슈얼 행성 출신의 양성(兩性) 과학자 프랑큰 퍼터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33·사진)은 1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록키호러쇼’를 이렇게 정의했다.
“록키호러쇼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완성하는 작품이에요. 관객 반응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공연이 탄생할 수 있죠. 욕망을 숨기지 않는 프랑큰 퍼터에게 환호도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함께 따라 부르며 공연장의 금기도 다 깨버리세요. 록키호러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결혼을 약속한 자넷과 브래드가 자신들을 맺어준 은사를 찾아가다가 우연히 프랑큰 퍼터의 성을 방문하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에선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고 주요 넘버인 ‘타임워프’를 부르는 장면에선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배우들의 율동을 따라 춤을 춘다.
압권은 주인공 프랑큰 퍼터가 등장하는 장면.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진한 화장, 앞뒤가 바뀐 코르셋과 삼각 숏팬츠도 모자라 가터벨트와 망사스타킹을 착용한 조형균이 등장하자 마치 록스타에 열광하듯 모든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휘슬블로우를 불어댄다. 이를 두고 조형균은 “관객도 배우도 프랑큰 등장과 함께 속박에서 해방되며 한 패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큰 퍼터 역은 조형균과 함께 마이클 리, 송용진 등 개성이 뚜렷한 실력파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마이클 리는 섬세한 면이, 송용진은 남성성이 뚜렷한 캐릭터라면 조형균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강조했다.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수차례 영화 ‘록키호러픽처쇼’를 봤다고 한다. 무대 위 모습도 조형균이 영화 속 프랑큰 캐릭터와 가장 흡사하다. 당시 영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무대를 미국에서 영화화한 ‘록키호러픽처쇼’는 80년대 열성적인 관객들에게 하나의 종교로 숭배받으며 ‘B급 컬트 무비’의 효시가 됐다. 그는 “내가 분석한 프랑큰은 욕구를 숨기지 않는, 솔직하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라며 “모든 게 제멋대로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자신의 피조물인 록키도 도끼로 내려찍으려고 할 정도로 치기 어리지만 특유의 마초 같은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막이 오르기 전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조형균은 주로 진지하고 차분한 내면 연기에 집중하는 배역을 맡아왔던 탓에 캐스팅 발표 후에 팬들 사이에선 최고의 반전 캐스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관객들 반응이 너무 뜨거운 거예요. 가끔 중년 관객들이 오시는데 열심히 춤도 추고 환호해주시니까 저도 신이 나서 더욱 무대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공연 전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이 공연은 매일 새로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무대 위 배우들이 관객들의 반응을 세심하게 지켜보면서 연기해요. 게다가 노출이 많은 역할이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록키 역의 ‘몸짱’ 배우 최관희 씨에게 운동법이나 식이요법 코칭을 받으며 몸도 관리하고 있어요. 배우 대기실에 온갖 웨이트 도구들이 다 설치돼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고 무대에 오르는지 상상도 못 하실걸요.” 8월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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