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저임금위원회 77일만에 가동] 서로 가진 패 내놓진 않고…위원간 첫 대면부터 탐색전 팽팽

"급진 인상 소상공인 죽이는 꼴"

"현장선 1만원도 적다고 한다"

독립된 대기실서 전략 논의도

한달 늦은 일정, 법정시한 넘길 듯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비로소 가동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가 각각 장외에서 외쳤던 ‘급진적 인상 절대 불가’와 ‘내년부터 1만원 실현’ 등의 요구사항들이 공식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 논의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의장에 다소 일찍 도착한 위원은 각각 사용자와 근로자로 나뉜 독립된 공간의 대기실에서 전략을 논의했다. 최저임금위는 앞서 지난 5월4일과 6월1일 각각 1·2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근로자 위원의 불참으로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가 사실상 공익·사용자·근로자 위원이 모두 함께 얼굴을 맞댄 첫 자리인 셈이다. 3월31일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지 77일 만이다.




1615A08 최저임금 사용자·근로자위원 입장 차이




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근로자 위원)은 “지난해 노동자 위원 전원이 사퇴했는데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언제까지 최저임금위에 들어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며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다름 아닌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제락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도 이번에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615A08 시간당최저임금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은 구체적인 최저임금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의장 안팎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사용자 위원은 “오늘은 상견례 자리라 서로가 가진 패는 내놓지 않았다”며 “수년간 매년 6~8%대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그보다 더 가파르게 올리면 소상공인이 죽는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근로자 위원)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면 ‘1만원이 많은 돈이냐. 노동자 위원들은 왜 만날 1만원만 갖고 얘기하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며 노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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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사용자(9인)·근로자(9인)·공익(9인) 위원 등 총 27인의 위원을 생계비·임금수준 전문위원회 두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 전문위원회는 여러 통계치를 살펴보고 현장을 방문한다. 근로자·사용자·근로감독관들과 각각 집단회의도 연다. 전문위원회의 활동 이후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들은 각각의 최저임금안을 제시한다. 당초 5월에 이뤄져야 했을 활동이 6월로 미뤄지면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 시기도 법정시한(6월29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마지노선은 확정고시일(8월5일)의 20일 이전인 7월16일이다.

공익 위원인 김성호 최저임금위 부위원장은 “아직 노사가 안을 제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공익위원은 입장을 정한 게 없다”며 “최저임금위가 정부의 로드맵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위가 그것을 칼같이 개런티(보장)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대학원장이 위원장에 선출됐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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