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탁 트인 전경에 공원까지 갖춰 전망 좋은 동네로 통하는 곳이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바로 울타리 너머 비탈길에 산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 북서울꿈의숲 공원 14번 입구에서 아래로 50m만 내려오면 쓰레기 악취가 진동한다. 쌀포대, 도로주행용 콘, 담요 등 생활쓰레기부터 귤·사과 같은 음식물쓰레기까지 비탈길 전체가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외진 곳이다 보니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심리에 주민들이 오고 가며 버린 것들이 쌓여 ‘쓰레기 산’이 된 것이다. 두 아이 손을 잡고 산책하던 주민 김여진(32)씨는 “경관 좋은 동네라는데 울타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렇게 더러운 곳이 없을 것”이라며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서 부끄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가 강북구청에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기존 쓰레기들도 수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쓰레기 산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쌀 포대·먹다남은 음식·담요 등
공원·주택가 곳곳 악취로 몸살
무단투기 단속건수 3배나 급증
“낮은 시민의식 개선해야” 지적
서울시 전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4,553건에서 지난해 3만8,926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원룸과 하숙집이 몰려 있는 신촌동 일대와 같은 일반 주택가들이 쓰레기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내 주택가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골목길 으슥한 곳들에는 매일 쓰레기들이 쌓여만 간다. 신촌에 사는 이지영(27)씨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자극적인 경고문을 붙이고 울타리도 쳤지만 소용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대문구 주택가에 사는 장연호(52)씨도 “집 앞에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밤사이 썩어 엄청난 악취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쓰레기를 버린 사람도 그 냄새가 고역일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시설들에서도 쓰레기 무단투기가 횡횡한다. 공공 도서관 열람실 책상에서 누군가 먹다 버린 음료수 캔과 과자 봉지, 메모지 등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강공원은 전단지 쓰레기 등이 넘쳐나고 극장 역시 영화가 끝난 후 빈자리 곳곳에 버려진 음료수 컵 같은 쓰레기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쓰레기 무단투기는 위반했을 때 곧바로 처벌할 수 있는 규범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 깨닫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실제 약 1,000만명이 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인력은 공무원과 기간제 단속반원을 포함해 801명에 불과하다. 한 명의 단속반원이 1만명을 관찰해야 하는 것으로 실효성 있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박우인·신다은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