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동봉 스님·곤지암 우리절 주지

동봉스님




사랑하는 나여!


내 몸을 닦을

수신(修身)의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내 업장(業障)을 다 담을 수 있는

마음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다겁생(多劫生)에 걸쳐

지어온 온갖 업장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이나이다.

어느 누구

어느 생명에게도

어디 열려 있거나

어디 닫혀 있는 공간도

언제 흐르거나

언제 멈춰 있는 시간마저도

오염시키지 않을 그릇을 만드나이다.

내가 지은 업장의 무게가

다른 이의 영혼을 짓누르지 않도록

내가 지은 업장의 냄새가

다른 이의 코를 자극하지 않도록

내가 지은 업장의 소음이

다른 이의 귀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밀봉(密封)한 마음의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내가 지은 업장의 빛깔이

다른 이의 시야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내가 지은 업장의 음식이

다른 이의 입맛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내가 지은 업장의 바이러스가

다른 이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깔끔한 그릇을 만드나이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이 가득하신 이여!

가정을 소중하게 가꾸어 갈

제가(濟家)의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소중한 저희 가족이 함께 살아갈

사랑과 이해와 행복의 그릇을 만드나이다.

혹시라도 삶의 질곡 속에서

목울음을 우는 가족이 있을 때

때로는 눈물을 닦아주는 가족이 되고

때로는 부둥켜안고 함께 울

소박한 사랑으로 채워진 그릇

나는 그런 그릇을 만들어가나이다.

사랑하는 겨레여!


한몸 한마음 한사랑으로 함께 갈 나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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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국(治國)의 그릇 하나 만드나이다.

가정의 행복을 담고

이웃의 웃음을 담고

직장과 사회의 소통(疏通)을 담겠나이다.

경제가 살아 펄쩍펄쩍 뛰는

모두가 넉넉하게 잘 사는 사회

모두가 여유롭게 사는 소통의 그릇

지금은 국민이 주인이지요.

나라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통과 통섭(通涉)의 그릇을 만드나이다.

사랑하는 나라여!

맑고 깨끗한 세상이여!

세상 생명이 다 함께 살아갈 터전

그릇 세상(器世間) 하나 잘 만드나이다.

시간으로 날줄(經線)을 삼고

공간으로 씨줄(緯線)을 삼아

사이사이 공동 번영의 세포로서

아름답게 자개를 박아 넣은 그릇이나이다.

아! 이 그릇은 평천하(平天下)의 그릇이나이다.

사랑하는 겨레여!

희망과 용기로 채워진 세상이여!

슬기와 사랑과 통섭과 행복으로 만든 그릇을

보이지 않는 공덕의 보자기로 싸서

이 세상 당신께 고이 올리나이다.

사랑하는 이여!

가족이여!

벗이여!

소중한 겨레여!

아, 밝은 우리 세상이여!

나의 마음이 담긴 그릇 공양을 받으소서!

2017년 6월14일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주)업장: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지은 죄로 현생에서 장애가 생기는 것.

말찻잔 도예가 연파 신현철 선생 작품. /사진제공=신현철말찻잔 도예가 연파 신현철 선생 작품. /사진제공=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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