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다시 부는 '장하성 펀드' 바람…유휴자산·外人 지분 많은 종목 노려라

지배구조·주주친화정책 기대감에

11년전 '행동주의 펀드' 전략 주목

동국제강·메가스터디·신세계 등

ROE·PBR 낮은 종목들 큰 매력

장하성 펀드 사례를 참고한 투자 유망 기업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에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강화 등 주주친화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 2006년 처음 국내에 선보였던 기업 지배구조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영형태를 비판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시 투자 자문역을 맡아 만든 ‘장하성펀드’로 주로 시가총액 대비 유휴자산 비중이 높거나 배당이 낮은 기업들을 편입하는 전략을 폈다. 당초 기대와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이 어려워지면서 수익률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청산됐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기업 지배구조 개편 의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증시환경이 변화하면서 11년 전 장하성펀드가 내세웠던 투자전략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주식 시장은 글로벌 증시 대비 낮은 자기자본수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들의 소극적인 배당 정책 탓에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한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자회사와 계열사의 보유지분 매각 등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 평소 주주 권한 강화를 주장했던 장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와 내각에 각각 합류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친화 정책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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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의 ROE는 8.46%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의 11.69%보다 3.23포인트 낮다. 경쟁국인 인도(14.02%), 대만(12.10%), 중국(11.25%), 브라질(10.38%) 등에도 한참 밀린다. PBR 역시 1.05배로 선진 시장 PBR(2.17배)과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ROE와 PBR가 낮은 것은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보유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라며 “주주 입장에서 자본 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향상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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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잉여현금 흐름을 기록하면서도 배당에는 소극적인 것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요인이다. 실제 회사에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잉여현금 흐름(상장 제조업 기준)은 지난해 7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2% 증가했다. 반면 대신증권이 예측한 올해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은 1.7%로 글로벌 주요 국가 가운데서 가장 낮다. 조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도입 확대로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현금흐름도 양호해 올해 배당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 들어 국내 증시가 주주친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과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선구자 역할을 한 장하성펀드의 투자전략을 현재의 시장에 접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하성펀드는 당시 현금성 자산, 토지, 투자자산 등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지나치게 높은 기업을 주로 공략했다. 유휴자산 비중이 높으면 ROE가 낮아지고 PBR도 높게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하성펀드는 유휴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을 편입한 후 자산 매각을 독려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주주 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을 주주제안을 통해 관철시키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30% 이상으로 주주권한 확대에 거부감이 적은 외국인 지분율보다 많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조 연구원은 “장하성펀드의 사례를 참조해 오늘날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면 시총 대비 유휴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 중 ROE와 PBR, 배당수익률이 낮은 기업 가운데서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주주 지분율보다 높거나 둘 사이의 격차가 작은 기업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 기준을 만족하는 주요 상장사로는 동국제강(001230)·메가스터디(072870)·대림산업(000210)·국도화학(007690)·현대백화점(069960)·신세계(004170)·LF(093050)·현대건설(000720) 등이 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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