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분양보증 중단까지...숨죽인 부동산시장]"휴가철까지 성수기인데...주택분양 기회 놓치나" 건설사 초긴장

업계 "분양보증 중단 길어지면 사업성 악화 불가피"

강남이어 강북도 손님 뚝...상계주공 "문의전화도 끊겨"

갭투자 발길 줄잇던 공릉동 일대 중개업소도 썰렁

서울 재건축 상승폭 일주일새 절반 수준으로 하락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주택 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관망세가 확산되며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한 한 상가 내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경제DB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주택 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관망세가 확산되며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한 한 상가 내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경제DB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까지 전격 중단하자 매매 시장은 물론 열기가 가득했던 분양 시장이 혼란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서려던 건설사들은 HUG가 분양 보증을 중단하자 주택사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거래가 끊긴 강남 재건축 시장은 물론 최근 오름폭이 다소 컸던 강북 일부 지역까지 관망세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6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할 예정이었던 단지들 중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군포 송정지구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III, 파주 문산 동문굿모닝힐, 청라 한신 더휴 네 곳이 아직 분양보증을 발급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 보증은 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분양대금 환급을 HUG가 책임지는 제도다. 분양보증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승인을 받을 수 없어 건설사는 모델하우스 개관부터 시작되는 분양 일정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HUG의 이번 조치로 당장 다음주 분양을 시작하려던 곳뿐만 아니라 다음달 분양을 하려던 사업장들까지 영향을 받아 10여개 건설사의 분양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건설업계에서는 분양 보증 중단이 길어지면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성수기를 놓치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말 전까지 계약을 마치려면 늦어도 7월 초에는 모델하우스를 열어야 하는데 HUG의 분양 보증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이 중복될 수 있다”며 “서울·부산 등 투자 수요가 기대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이 중복되면 사업성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곧 발표할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단 정부의 대책 발표를 지켜보고 분양 일정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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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동산 시장의 투자자들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총 2,646가구 규모 대단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6단지 상가 내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이날 손님이 한 명도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계 6단지는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근래 들어 서울 강남뿐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온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곳이다. 단지 내 K공인 대표는 “이번주 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딱 끊겼고 문의 전화도 없다”며 “대출 규제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많아 정부의 대책 발표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올라 조금씩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K공인 대표는 “가장 가구 수가 많은 전용면적 58.01㎡의 경우 6월 들어 5,000만원가량 올라 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며 “가격이 오르다 보니 매물들이 나오지만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가율이 90%를 넘어 수도권 투자자들의 갭투자가 많았던 공릉동의 T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들도 썰렁했다. 4~5곳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둘러봤지만 손님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한 가게는 아예 문을 닫았다. 공릉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노원 지역은 신규 분양이 거의 없어 청약 시장 규제보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부 대책 발표 전까지는 심리적으로 불안해 잘 안 움직이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부동산114가 발표한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2% 상승해 전 주(0.45%)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32% 상승하는 데 그쳐 전 주(0.7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강남 4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도 모두 상승폭이 줄었다. 강북의 경우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폭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김은선 부동산114 팀장은 “정부의 단속과 규제 발표를 앞두고 강남은 거래가 사라져 상승세가 멈춘 반면 강북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아직 풍선효과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실제 정부의 규제가 강남 지역에 집중된다면 강북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기·박경훈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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