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남권 아파트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집값 상승세를 구가한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 중국의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한 데다 신규 아파트가 고점까지 치솟으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제주도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제주도 부동산시장 동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 주택매매 가격이 2013년 12월 상승세로 진입한 이후 올해 4월까지 41개월간 21.3% 상승하면서 상승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주택시장 중 기존 주택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가격구간을 형성한 신규 입주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다소 조정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주택시장은 지난 해 하반기 이후로 상승세가 둔화해 지난 달에는 2013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에 주택 매매가격이 전월대비 0.08% 하락했다. 서동한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장기간 소득 상승률을 상회 하는 주택매매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일부 신규아파트는 강남권 아파트 가격 수준에 근접하는 등 추가적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높은 상승국면을 보였던 최근 2~3년간 흐름과는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제주도 부동산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지목했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토지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급격이 증가해 2000년대 400만~500만 수준에서 지난 해 1,585만 명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도 20만명 가량에서 360만 명 가량으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 한 지난 3월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부동산 시장 둔화 움직임이 가속화 했다.
특히 분양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 연구원은 “올해 1~5월에 제주도 분양 시도 939가구 중 749가구가 미분양”이라며 “단기간 내 미분양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5월부터 제주시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토지매매가격 상승률은 1.25%로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토지 거래량은 줄고 있다.
서 연구원은 국지적인 호재가 존재하는 지역이 가격 상승 흐름을 이어갈지 여부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토지시장은 제2신공항, 영어교육도시 등 지속적인 개발 호재가 있거나 외부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며 “분양시장도 외부 투자수요가 활발히 유입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 기록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