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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 첫방①]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23세 이상 관람요망”

제작진과 배우들이 자신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칫하면 ‘막장 일일극’처럼 흐를 수 있는 전개를 촌스럽지 않게 풀어냈다.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했다.

‘품위있는 그녀’는 호화로운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드라마. 김희선이 기품 있는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김선아가 신분상승을 꿈꾸며 그의 집에 간병인으로 들어가는 박복자 역을 맡았다. 평화롭던 우아진의 삶은 박복자의 등장 이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


첫 회부터 강렬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1회에서는 천둥번개가 치던 어느 날, 박복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아진의 가족들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우아진만이 유일하게 알리바이를 인정받았다. 박복자는 결국 한줌의 재가 돼 사라졌다.

시간은 박복자가 죽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박복자는 우아진의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 분)의 간병인이 됐다. 간병인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박복자는 우아진이 직접 고른 찻잔을 칭찬하며 호감을 샀다. 이어 안태동의 마음도 한 번에 사로잡았다. 그가 여자를 밝힌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얼굴에 갖다 대는 등 몸으로 유혹했다.

박복자는 첫째 며느리 박주미(서정연 분)와는 대립각을 세웠다. 박주미는 안태동 방에 딸린 화장실을 쓰겠다는 박복자에게 2층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박주미는 집안에서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인물. 그의 남편인 안재구(한재영 분)은 사람을 죽게 만든 전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난 상태다.

박복자는 안태동의 간병인으로서 우아진의 가족 속으로 자연스레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의 계획은 3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던 박복자는 안태동의 가족사를 미리 파악했다. 집안의 권력 구조부터 우아진과 안태동의 취향까지 듣고 이에 맞추기 위해 준비했다. 철저한 계략 하에 시작된 일이었던 것.

박복자의 서사와 동시에 우아진의 상류층으로서 삶도 드러났다. 그는 승무원 출신으로 빼어난 미모에 우아한 성품까지 가진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 남편 안재석을 내조하고 아이 교육에 열을 올리는 등 아내이자 엄마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다만 남편이 골칫거리였다. 우아진의 남편 안재석(정상훈 분)은 허우대만 멀쩡한 한량 같은 인물.


안재석은 그의 딸인 안지후(이채미 분)에게 미술을 가르치게 된 윤성희(이태임 분)와 바람이 났다. 윤성희는 우아진이 첫 작품을 구매한 미술가. 후원을 해 준 대상이 남편의 내연녀가 된 것.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우아진은 딸이 수학경시대회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냥 기뻐했다. 그런 우아진을 배경으로 박복자의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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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자의 내레이션이 ‘품위있는 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 이를 꿈꾸는 욕망 가득한 인물, 배우자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일 등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요소다. ‘품위있는 그녀’는 앞서 이 같은 설정으로 인해 일일드라마처럼 보이지 않겠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


이에 대해 김윤철 연출이 자신했던 바가 있다. 그는 “우리 이야기는 전개방식이 상투적이지 않다”며 “캐릭터들의 비중과 이야기의 강도, 접근 방식 등에서 연속극 같은 점이 없다.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김 연출의 말 대로였다. 소재에는 식상함이 있었으나 전개에서 차별점을 꾀했다.

특히 내레이션의 절묘한 사용이 돋보였다. 우선 화자가 우아진이 아닌 박복자인 것부터 독특했다. ‘망자의 독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그의 죽음에 어떤 사연이 얽혀있을지 궁금증을 일게 한 것. 벌써부터 ‘박복자가 우아진으로 페이스오프를 한 것 아니냐’, ‘우아진과 박복자가 한 패 아니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분상승의 욕망을 공감할 수 있는 대사로 풀어낸 것도 눈에 띄었다. 물론 박복자의 행동은 다소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정해진다. 그 운명은 생각보다 너무 가혹한 나머지 순서와 등급이 정해져 좀처럼 그 이동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의 대사에 분명 공감을 일으키는 지점이 존재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그녀가 취한 그 달콤함은 신이 주는 선물일지도 몰랐다. 내가 살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신은 극한의 고통을 주기 전에 반드시 저런 선물을 내린다는 것. 스타일이 참 고약한 양반이다”라는 박복자의 내레이션은 우아진이 겪게 될 시련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생에 대한 가볍지 않은 통찰까지 전했다.

첫 회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미국의 인기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위기의 주부들’은 교외 중산층 마을의 어두운 일면을 코믹하게 풀어나간 드라마. 구체적인 설정에는 다른 점이 있지만 누군가가 죽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 인간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것, 여성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앞서 백미경 작가가 “우리 드라마는 23금”이라고 한 것처럼 나잇대 있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만한 전개였다. 그의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과는 또 다른 결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을 기대케 했다. 다만 전작에서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우려되는 바. 이번 ‘품위있는 그녀’는 100% 사전제작인 만큼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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